[은행권 채용비리]KB·하나 겨눈 사정 칼 끝…'수장 해임'으로 이어질까

입력 2018-02-01 15:47   수정 2018-02-0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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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에 칼 끝을 겨누면서 은행권 안팎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배구조 문제로 오랜기간 마찰을 빚은 데다 채용비리 문제까지 더해져 양사 수장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고경영자 '해임'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대구·부산·광주은행 등 5개 은행의 채용비리를 적발해 검찰에 이첩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검사를 실시, 채용청탁에 대한 특혜채용(9건), 면접점수 조작(7건), 불공정한 채용전형(6건) 등 2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KB금융그룹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이번 채용비리에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2015년 채용 청탁으로 3건의 특혜채용을 했다고 지적했는데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가 특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는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 했지만 2차 면접에서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경영지원그룹 부행장과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 등급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전 사외이사의 자녀도 서류통과 인원을 늘리는 방법으로 특혜 채용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채용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회의를 거쳐 이날 오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도 채용비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금감원의 조사 중 채용비리가 가장 많은 곳은 하나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채용비리는 모두 13건으로 국민은행(3건), 대구은행(3건), 부산은행(2건), 광주은행(1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나은행은 2016년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6건을 저질렀다.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가 전형 공고에 없는 '글로벌 우대' 전형을 통과했고, 서울대와 위스콘신대 등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의 임원 면접 점수도 암암리에 상향됐다. 계열사인 하나카드의 사장 지인 자녀의 임원 면접 점수도 임의 조정했다.

이밖에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역시 채용비리가 포착됐지만,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비리행위가 더욱 조명되는 모양새다. 이들 그룹의 수장이 '셀프 연임'으로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어온 탓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사의 회장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이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수 차례 지적해왔다.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회장은 '셀프 연임' 논란과 함께 회장 연임 여부를 가리는 노조의 찬반투표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KB금융지주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금융당국은 올 초 하나금융그룹에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정태 회장이 연루된 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가 마무리될 때까지 회장 선임 절차를 미뤄달라고 했지만 회장 선임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김정태 회장이 뽑혔다. 3연임을 확정지은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당국이 이들 은행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계속 드러낸 만큼, 채용비리에 칼을 빼든 것 역시 그간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당국이 두 회장의 '해임'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도 이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채용비리를 저지른 금융회사에 대해 최고경영자에 해임을 건의하는 등 엄중 처벌하겠다는 밝혔다. 채용절차 운영상의 미흡 사례에 대해서는 경영유의 또는 개선 조치 등을 내릴 방침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표적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시중은행인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채용비리의 중심에 놓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은행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안팎으로 최고경영자 해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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