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축소로 이사 못가는 조합원… 재건축 '비상'

입력 2018-02-01 17:52   수정 2018-02-0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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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한도 40%로 '뚝'
전세보증금 돌려줄 돈도 부족
조합원 40~90% '잠 못 드는 밤'

재건축은 시간과의 싸움
이주 늦어지면 금융비용 '눈덩이'

강남4구만 연내 2만가구 이주



[ 조수영 기자 ]
서울 강남권의 한 주택재건축조합 사무실에서는 요즘 한숨만 푹푹 새어 나온다. 일정대로라면 곧 이주에 들어가 올해 안에 마무리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주비 대출에 발목이 잡히면서 사업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과 관련해 조합과 시공사가 1주일에도 몇 번씩 회의를 하지만 한숨만 쉬다가 끝난다”며 “강화된 대출 규제 탓에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LTV 40%…“이 돈으로 갈 곳 없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어렵사리 피한 재건축단지들이 ‘이주비 대출’이란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에 돈줄이 막혀서다. 이주비 대출은 철거를 앞두고 소유자들이 대체 주거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출이다. 통상 기존 대출을 갚거나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환하는 데 쓰인다. 과거에는 조합을 통한 집단대출 방식이 많았다.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사업비 규모를 줄이려는 조합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최근에는 개인이 담보대출 형태로 빌리는 게 일반적이다.

기존에는 담보인정비율(LTV) 60%(기본 이주비 30%, 추가 이주비 30%)를 적용받았지만 8·2 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40%로 크게 줄었다. LTV 40%로는 전세보증금을 상환하거나 새집을 구할 만큼 돈을 빌리기 어렵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LTV는 30%로 더 줄어든다. 예전처럼 2·3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서초구의 한 주택재건축조합 조합원은 “세입자와의 계약기간이 곧 끝나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지금 대출 한도로는 턱없이 부족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강북보다는 강남에서 더 많이 목격된다. 직장 학교 등을 이유로 계속 강남권에 머물기를 원하지만 이주비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강북권에서는 조합 중 일부만 이주비 대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재건축보다는 단독주택 재건축의 타격이 더 크다. 강남권의 한 단독주택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대부분이 강남 입성을 위해 대출을 왕창 끼고 들어온 서민들”이라며 “이주비 대출로는 기존 대출을 메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줄어든 이주비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은 사업장별로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시공사 “마땅한 방법 없다”

‘시간과의 싸움’으로 불리는 재건축사업에서 이주 지연은 치명적이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조합 조합장은 “이주가 늦어지면 시공사에 페널티를 물어야 하고 금융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말했다.

재건축조합은 시공사가 보증을 서주는 방법 등으로 대출에 도움을 주길 기대하고 있다. 시공사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는 “금융권 심사가 까다로워져 시공사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비 대출 문제는 올해 재건축사업장의 이주가 본격화되면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이주를 앞둔 조합은 33개 구역, 3만1886가구다. 강남4구에서만 19개 구역, 2만549가구가 이주해야 철거를 할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2090가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2196가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등 강남권 대단지 재건축단지가 이주해야 할 시점이 오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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