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춘호 기자 ]

논쟁의 핵심은 소피아가 휴머노이드의 장벽인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를 극복했는지 여부다. 언캐니 밸리는 일본 로봇 연구자인 모리 마사히로가 주창한 이론으로 로봇이 점점 더 사람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계곡에 들어가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소피아를 개발한 로봇공학자 데이비드 핸선은 언캐니 밸리를 극복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핸선은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는 인간 얼굴의 미적 감성을 표현하는 작품이므로 언캐니 밸리가 갖는 거리감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는 것은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인간의 얼굴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자 이시구로 히로시는 예술작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로봇에 독립적 의식을 심는 게 목표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얼굴을 모형화한 로봇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그는 로봇 작업으로 인간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머노이드가 애니메이션보다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공포감을 준다면 그것을 예술과 기술 발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가 지난달 30일 한복을 입고 한 행사장에 등장했다. 대화형 AI도 갖춰 능숙한 영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소피아보다 오준호 KAIST 교수가 개발한 아인슈타인 얼굴을 한 휴보가 더욱 마음에 끌린다. 미인이고 똑똑한 것보다 어수룩한 아인슈타인에서 오히려 언캐니 밸리가 사라진다. 인간은 불완전한 로봇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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