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재용 '2심 선고'
변호인단 "진실 밝혀져"
특검 "출입기록 누락돼"
이재용 부회장의 삼청동 안가 출입기록 없어
특검, 공소장 변경하며 "부정한 청탁의 정황"
이재용 부회장 "기억 못하면 내가 치매" 강력 부인
대통령 경호처 "이재용 부회장 드나든 흔적 없다"
[ 고윤상/좌동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 삼청동 안가에서 추가 독대를 했다는 이른바 ‘0차 독대’ 논란은 항소심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2월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본격적으로 들고 나왔다. 2014년 9월15일 1차 독대 사흘 전인 9월12일 오후 청와대 인근 삼청동 안가에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따로 만났다는 주장이다. 1심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은 내용이다.
‘0차 독대’ 사실인가
처음엔 이 부회장 측도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측은 구체적으로 만난 시간을 적시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박 전 대통령의 안가 출입기록까지 제시했다. 여기에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도 “2014년 하반기께 안가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명함을 받았다”는 내용을 특검에 진술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 측은 당일 자신이 안가를 찾아가지 않았다는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항소심에서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와병으로 입원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갔던것 같다고 하면서도 “(기억이 정확한지) 자신은 없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0차 독대 시간(2014년 9월12일 오후 3시30분~6시30분)’에 이 부회장의 병원 출입 기록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항소심 결심 공판을 1주일 앞둔 지난해 12월20일 공소장을 변경해 ‘0차 독대’를 이 부회장 혐의의 근거로 제시하면서 이 문제는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부회장은 결심공판에서 “그동안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건 2015년 7월25일(2차)과 2016년 2월15일(3차)뿐”이라며 “(특검이 주장하는 0차 독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적절치 못한 표현이지만 제가 치매”라고 항변했다. 나중에 차량 출입기록이나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특검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신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훼손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특검의 노림수 무너질까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 경호처는 0차 독대 당일 “이 부회장 에쿠스 차량의 삼청동 안가 출입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난달 재판부에 회신했다. 그러면서 “안가에 출입하는 방문객에 관한 사항은 기록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법조계에선 “이제서야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이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특검 측 주장을 깰 근거가 나왔다는 것이다.
특검 측은 “출입 기록이 누락된 것”이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특검이 0차 독대 주장을 고집하는 것엔 나름의 노림수가 있다는 게 삼성 측 시각이다. 1차 독대 당시엔 부정한 청탁을 건넬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1차 독대의 면담 시간은 5분 안팎에 불과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나서야 비선 실세인 최순실 일가를 지원했다고 하는 삼성 변호인단 측 주장도 반박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1심 공판 당시 2015년 7월의 2차 독대와 2016년 2월의 3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일방적인 꾸지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안가 출입기록이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는 특검 측 의견에 대해서는 “경비가 삼엄한 삼청동 안가를 처음 방문한 외부인이 아무런 기록 없이 드나드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0차 독대가 특검이 만든 여러 ‘가공의 프레임(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가공의 프레임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다. 특검이 이런 프레임에 부합하는 증거들만 찾고 있어 이번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고윤상/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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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 "진실 밝혀져"
특검 "출입기록 누락돼"
이재용 부회장의 삼청동 안가 출입기록 없어
특검, 공소장 변경하며 "부정한 청탁의 정황"
이재용 부회장 "기억 못하면 내가 치매" 강력 부인
대통령 경호처 "이재용 부회장 드나든 흔적 없다"
[ 고윤상/좌동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 삼청동 안가에서 추가 독대를 했다는 이른바 ‘0차 독대’ 논란은 항소심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2월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본격적으로 들고 나왔다. 2014년 9월15일 1차 독대 사흘 전인 9월12일 오후 청와대 인근 삼청동 안가에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따로 만났다는 주장이다. 1심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은 내용이다.
‘0차 독대’ 사실인가
처음엔 이 부회장 측도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측은 구체적으로 만난 시간을 적시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박 전 대통령의 안가 출입기록까지 제시했다. 여기에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도 “2014년 하반기께 안가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명함을 받았다”는 내용을 특검에 진술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 측은 당일 자신이 안가를 찾아가지 않았다는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항소심에서 아버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와병으로 입원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갔던것 같다고 하면서도 “(기억이 정확한지) 자신은 없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0차 독대 시간(2014년 9월12일 오후 3시30분~6시30분)’에 이 부회장의 병원 출입 기록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항소심 결심 공판을 1주일 앞둔 지난해 12월20일 공소장을 변경해 ‘0차 독대’를 이 부회장 혐의의 근거로 제시하면서 이 문제는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 부회장은 결심공판에서 “그동안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건 2015년 7월25일(2차)과 2016년 2월15일(3차)뿐”이라며 “(특검이 주장하는 0차 독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적절치 못한 표현이지만 제가 치매”라고 항변했다. 나중에 차량 출입기록이나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특검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신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훼손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특검의 노림수 무너질까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 경호처는 0차 독대 당일 “이 부회장 에쿠스 차량의 삼청동 안가 출입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난달 재판부에 회신했다. 그러면서 “안가에 출입하는 방문객에 관한 사항은 기록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법조계에선 “이제서야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이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특검 측 주장을 깰 근거가 나왔다는 것이다.
특검 측은 “출입 기록이 누락된 것”이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특검이 0차 독대 주장을 고집하는 것엔 나름의 노림수가 있다는 게 삼성 측 시각이다. 1차 독대 당시엔 부정한 청탁을 건넬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1차 독대의 면담 시간은 5분 안팎에 불과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나서야 비선 실세인 최순실 일가를 지원했다고 하는 삼성 변호인단 측 주장도 반박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1심 공판 당시 2015년 7월의 2차 독대와 2016년 2월의 3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일방적인 꾸지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안가 출입기록이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는 특검 측 의견에 대해서는 “경비가 삼엄한 삼청동 안가를 처음 방문한 외부인이 아무런 기록 없이 드나드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0차 독대가 특검이 만든 여러 ‘가공의 프레임(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가공의 프레임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다. 특검이 이런 프레임에 부합하는 증거들만 찾고 있어 이번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고윤상/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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