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반짝 수요… "상권 다 죽었다"

입력 2018-02-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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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상권 매출 전국 1위라는데…


[ 양길성 기자 ] 서울 광화문역 인근 B공인 K대표는 요새 근심이 부쩍 많아졌다. 광화문역 상권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아서다. K대표는 “10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데 요즘은 오피스텔 임대도 힘들다”며 “가게 주인들은 장사가 어려워 권리금까지 줄이는 처지”라고 했다. 최근 광화문 상권이 전국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에 그는 “통계자료를 작성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작년에 더 어려웠는데 무슨 소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SK텔레콤은 최근 자사 상권분석서비스인 지오비전을 이용해 2016년 11월~2017년 10월 주요 상권 매출을 분석한 결과 광화문역 상권이 매출 5조8335억원을 올려 전국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2년 전만 해도 10위권 밖에 머물다 급등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촛불집회 등 대형 집회에 사람이 모이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광화문 인근이 대한민국 대표 상권으로 도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화문역 인근 상권 및 중개업계 분위기는 냉랭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당주동 S공인 관계자는 “12년째 중개업소를 운영하는데 광화문 상권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2~3년 전 1200만원이던 월 임대료가 700만~800만원대로 떨어진 곳도 있다”고 전했다. D타워 등 신축 건물이 들어선 광화문 교보문고 뒤쪽 청진동 일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청진동 M공인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임대료가 크게 오르지 않는 등 상권이 제자리걸음”이라며 “새 건물 지하상가는 매매 가격이 내려간 곳도 몇 군데 있다”고 말했다.

주변 상가 임대료는 몇 년간 박스권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광화문 일대 중대형 상가 연평균 임대료는 3.3㎡당 6만9000~7만1000원에 머물렀다.

전문가들도 광화문 상권이 나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D타워 등 새 건물이 들어섰지만 세종문화회관 뒤편 상권이 크게 무너져 전체 상권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지난해 대형 집회가 열리면서 일시적으로 매출이 오른 것을 놓고 상권이 활성화됐다고 분석하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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