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도원 기자 ] “과연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반해 나온 발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는 ‘친정’ 격인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가 김 위원장을 향해 각을 세우고 나섰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업무현황 보고에서 한 ‘차등의결권’ 관련 발언과 관련해서다. 김 위원장은 당시 “혁신자가 경영권을 상실할 위험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주저하는 측면이 있다”며 “제한된 범위에서 (차등의결권 허용을)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차등의결권 도입에 정부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필요성을 언급한 첫 사례였다.
경제개혁연대는 2일 ‘정부의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 신중해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내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진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전무하다”며 “경영권 위협 때문에 외부 자본조달을 꺼린다는 것은 결국 외부 주주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경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소·벤처기업에 한해 허용하더라도 나중에 대기업이 되면 창업자 후손들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부를 대물림 받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경제계는 경제개혁연대 주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2003년 SK-소버린 사태, 2006년 KT&G-칼 아이칸 사태, 2015년 삼성물산-엘리엇매니지먼트 사태에서처럼 국내 기업은 수시로 해외 투기자본의 사냥감으로 노출돼 있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은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M&A가 실제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해서 대비할 필요가 없다는 건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만약 투자자들이 차등의결권에 반대한다면 해당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할 때 공모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차등의결권 주식이라고 해서 상속·증여세가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2006년 8월~2017년 3월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냈다. 그가 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 주변에서 힘이 세진 집단으로 주목받았다. 개혁연대가 같은 식구나 다름없는 김 위원장에게 ‘반기’를 든 것은 용기있는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편협한 시각과 왜곡으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과연 정확한 진단에 기반해 나온’ 주장인지 되물을 일이다.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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