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으로 통장 잔액 기부하세요"… 은행권 이색 신탁상품

하나은행 '양육비 지원신탁'
미성년 자녀에 매달 지급

국민은행 'KB금지옥엽신탁'
손주에 대학 입학금 지급


[ 안상미 기자 ] ‘유언기부, 양육비 지원, 손주 생일축하금 지급….’

은행들이 이색 신탁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신탁상품은 위탁자가 사전에 정한 대로 은행이 자금을 맡아 관리한 뒤 일정시점에 수익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령화시대 자산관리(WM) 수요가 커지고 있는 데다 수수료 수익의 기여도가 높은 신탁상품 저변 확대를 위해 은행들이 다양한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신탁을 통해 유언으로 상속재산을 기부하는 ‘유언기부신탁’ 4종을 내놨다. 금전 재산을 은행에 신탁으로 맡긴 뒤 일반통장으로 사용하다가 위탁자가 사망하면 신탁잔액을 계약서상 명시해놓은 공익단체, 학교, 종교단체 등에 기부하는 상품이다. 사후 기부하는 곳에 따라 일반형(기부천사신탁) 학교형(후학양성신탁) 기독교형(천국의보물신탁) 불교형(극락왕생신탁)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10만원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고 추가 입금, 일부 인출, 해지 등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을 운영하다 보니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기부를 고려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어 이를 겨냥했다”며 “평소 자유롭게 입출금 통장으로 사용하다가 상속시점에 기부하거나 꾸준히 적립해 기부금액을 모아뒀다가 사후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양육비 지원신탁’을 출시했다. 목돈을 신탁에 맡겨 양육비를 관리하고, 미성년 자녀에게 매달 일정금액을 안정적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한 부모 가정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양육비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 부모 가정 자녀의 실질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할 목적으로 이 상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조부모가 사후에 손주에게 상속·증여를 할 수 있는 ‘KB금지옥엽신탁’ 상품을 선보였다. 조부모가 은행에 자금을 맡기고 손주에게 대학 입학, 자동차 구입, 결혼 등 세 가지 이벤트가 발생하면 은행이 자금을 지급하는 ‘증여형’과 조부모 사후에 손주에게 매달 용돈이나 생일 축하금 등으로 지급하는 ‘상속형’ 등 두 가지로 구성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의 상속·증여신탁은 가입금액이 10억원 등에 이르지만 이 상품은 50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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