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새단장 바람… 서울 '예술 지도' 바뀐다

입력 2018-02-02 19:27   수정 2018-02-03 17:23

변신하는 한국 대표 공연장

열악했던 강북 공연시설 대변신

서울시, 세종로공원에 3000억 들여 2000석 규모 클래식전용홀 건립
장충동 국립극장도 전면 개보수

부천필, 시청에 콘서트홀 짓고 경기도문화의전당 보수공사 시작
업계 "국내 공연시장 붐업 기대"



[ 김희경 기자 ]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장들이 올해 대대적인 ‘하드웨어 변신’에 나선다. 모두 합쳐 5000억원대 예산을 투입해 콘서트홀을 신축하거나 기존 시설을 리노베이션(개·보수)한다. 국내 공연시장 규모가 연간 7000억원대임을 감안하면 큰 규모의 투자다. 최근 몇 년간 정체된 공연예술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 공연장 불균형 해소될까

2일 공연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공연 시설을 확충하는 곳은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부천필하모닉, 경기도문화의전당 등이다. 용역 발주나 착공 등 사업 단계는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과 수도권 주요 공연장들이 시설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던 서울 강북 공연장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 8855㎡ 부지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을 짓기로 하고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 2000억~3000억원이 투입되며 2000여 석 규모로 지어진다. 2023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 전용홀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상시 이용한다. 운영은 세종문화회관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세종문화회관은 또 200억원을 들여 14년 만에 대극장을 리노베이션한다. 전용홀 완공을 포함해 모든 작업이 끝나면 세종문화회관은 ‘광화문 예술복합단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는다.

이는 강남과 강북의 시설 불균형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이 가능한 클래식 전용 홀은 대부분 서울 강남에 있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신천동 롯데콘서트홀 등이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도 1973년 개관한 해오름극장의 대규모 리노베이션 공사를 다음달 시작한다. 498억원을 투입해 2019년 하반기 완공한다. 해오름극장은 1500석에 달하는 큰 공연장이지만 건축기법이 발전하지 못한 시기에 지어 현대 기법이 가미된 작품을 올리기 어려웠다. 시야가 막힌 좌석도 많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 개·보수에 들어간다.

강남에서도 재정비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자유소극장을 20억원을 투자해 리노베이션할 계획이다. 미술관과 식당, 카페 등이 들어선 비타민스테이션도 확장한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은 “한가람미술관, 음악당 등은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을 해온 반면 연극을 주로 올리는 자유소극장은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며 “순수예술 시장에서 연극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소홀함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도 들썩…랜드마크 경쟁

수도권에서도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기 위한 공연장들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수준 높은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에 있는 공연장을 찾아야 했던 지역 주민들의 불편도 해소될 전망이다.

부천필하모닉은 1500억~2000억원을 들여 부천시청 내 6500㎡ 부지에 전용 콘서트홀을 짓는다. 올해 말 첫삽을 뜨며 2021년께 완공한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부천필은 그동안 전용홀이 없어 부천시민회관 등을 이용해왔다. 전용홀에 악기수리실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영민 부천필하모닉 음악감독은 “국내 공연장에 악기수리실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연주자들의 편의를 돕고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따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수원에 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지난달부터 대극장, 소극장을 포함한 전당 전체 리노베이션을 시작했다. 총사업비는 130억원이다. 1년여의 공사기간엔 아예 휴관한다. 경기도문화의전당 관계자는 “1991년 개관 이래 장기간 휴관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관객들에게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장 발달이 문화 발전 토대”

공연장들은 과감한 설비 투자를 통해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연 시장의 돌파구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공연산업 규모는 2008년 4625억원에서 2012년 7130억원으로 54.1%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정체가 지속돼 2016년엔 7479억원에 그쳤다. 2015년에 비해 4.29% 감소했다.

공연장 신축과 리노베이션은 공연 수준을 높이는 일과도 직결된다. 공연계에서 “가장 좋은 공연장은 가장 최근 생긴 공연장”이란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높은 수준의 건축기법과 최신 음향시설이 계속 나오고 있어,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공연장일수록 이를 접목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같은 작품이라도 공연장 시설 수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공연계는 이번 투자가 국내 공연 시장 활성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문화예술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술경영으로 본 극장사론》을 쓴 연극평론가 유민영 단국대 명예교수는 “예술창작의 산실인 공연장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문화가 융성하고 사회 전체가 성숙하게 마련”이라며 “선진국에 유수한 공연장이 많고 문화 수준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공연장들도 재정비를 통해 사회와 함께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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