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하이난섬의 도박

입력 2018-02-04 17:56  

중국 최남단 하이난섬(海南島)은 2000여 년 전 한무제 때 중국 역사에 편입됐다. 넓이는 타이완(臺灣)과 거의 맞먹을 정도다. 제주도의 18.6배로 경상도보다 크다. 인구는 900여 만 명. 지명의 유래는 글자 그대로 바다(海)의 남쪽(南)에 있는 섬(島)이다. 연중 해수욕을 즐길 수 있어 ‘동양의 하와이’로 불린다.

이곳은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해적과 말라리아 탓에 오랫동안 변경으로 남아 있었다. 일본이 청일전쟁 승리 후 랴오둥 반도 대신 이 섬을 확보하려다 거리가 너무 멀어 포기하기도 했다. 워낙 궁핍한 오지여서 옛날엔 유배지로 유명했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도 여기로 유배 왔다. 그가 초막을 짓고 후학을 가르치던 동파서원(東坡書院)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전까지 과거 응시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이곳 젊은이들이 소동파 덕분에 우수한 성적으로 급제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파는 불행했지만 하이난은 행복했다’는 말이 생겼다.

이곳은 명나라 정화(鄭和)의 원정 기항지이기도 했다. 섬 곳곳에 당시 유적이 있다. 한때는 중국 국민당 세력권에 들어 있다가 공산 정권에 의해 1950년 광둥성에 귀속됐고, 1988년 섬 전체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22번째 성(省)으로 승격됐다.

올해 경제특구 지정 30주년을 맞아 하이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순환고속철도 개설 등 인프라 확충에 이어 미식과 문화를 결합한 체험관광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이난의 4대 요리로 꼽히는 닭고기, 양고기, 게, 오리고기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에 도박업 허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자국 내에서 모든 형태의 도박을 금지해 온 중국이 ‘제2의 마카오’를 염두에 두고 카지노를 허용한다면 주변 국가의 관련 산업이 전면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마카오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싱가포르와 제주도 등의 카지노 산업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아직은 카지노 시설 같은 실물 형태의 도박장 설립이나 경마·경륜 등의 스포츠베팅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산당 특유의 계획경제 방식을 감안하면 여파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도박업 개방은 미래 남중국해 개발 청사진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영토분쟁까지 염두에 둔 계획이라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하이난 서부 둥팡(東方)에 새로운 국제공항을 건설하기로 한 것도 외국인 유치뿐만 아니라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하이난섬의 도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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