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개헌안에서 드러난 문제의 본질은 입법부를 구성하는 정당이 법의 기본원칙에 무지하거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잡다단하게 이뤄지는 국가 구성원의 일상을 법이 시시콜콜하게 규율할 수 없거니와, 규율해서도 안 된다. 그랬다가는 바뀌는 상황에 따라 법 조항을 수도 없이 뜯어고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개정 절차가 복잡한 헌법까지 이런 식으로 날림 개정했다간 그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서구 선진국들의 역사 경험 속에서 축적되고 입증된 법의 기본원칙이 보편성과 추상성의 원리다. 법이 특정 국민만을 대상으로 삼거나, 그 자체로 자동 집행력을 갖는 처분적 법률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물며 ‘모든 법 위의 법’인 헌법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투기를 뿌리뽑겠다며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식이면, 130개인 현행 헌법 조항을 1000개 이상으로 늘려도 모자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탄식을 여당은 부끄러운 심정으로 경청해야 한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선 ‘만들면 법이 된다’는 법실증주의와, ‘그랬으면 좋겠다’는 식의 희망사항을 법으로 제정하는 입법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다. 법의 정치화, 정치의 법제화인 동시에 ‘법의 타락’이다. 개헌 논의 이전에도 명분만 앞세운 국가 개입주의와 설계주의가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집단 이익을 명분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사유재산권을 규제하고, 구성원의 권리 간 충돌을 초래한다면 경제적 번영도 기약할 수 없다. 법의 보편성과 추상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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