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5가지 쟁점' 어떻게 판결났나

입력 2018-02-05 19:27   수정 2018-02-0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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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여죄 일부만 유죄 …증거부족 판단
정유라 승마관련 혐의는 대체로 유죄
재단지원, 영재센터 지원 모두 무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1심에서 받은 징역 5년을 감형했다. 부정청탁을 할 이유가 없고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예가 아닌데다 수동적으로 강요된 행동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5가지였다. 이 중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됐던 혐의들이 무죄로 판단되면서 감형됐다. 핵심 혐의는 '뇌물공여죄'였다. 여기에서 쟁점으로 꼽혔던 항목들이 줄줄이 무죄가 되면서 다른 혐의들까지 자동으로 무죄가 됐다. 이로써 특별검사가 공소제기한 280억원 중 36억원만 유죄로 인정됐다.

5가지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최순실로 봤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임원들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괴 최순실의 요청을 거절 못한채 뇌물 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정유라와 관련된 승마 관련 뇌물공여 부분, 용역대금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 말 사용이익 차량 사용이익도 유죄로 판단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부분 중 용역대금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와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해서 전부 무죄로 인정했다. 마필 부분과 차량 부분 등도 이유해서 무죄 판단했다. 영재센터와 재단 관련 부분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와 관련해서 전부 주문 무죄로 결론 내렸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은 처분 사실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관련은 재단 관련은 유죄 판단하되 이외에는 무죄로 판단했다.

◆안종범 수첩, 김영한 일지 '증거부족'…"청탁 이유 없다"

뇌물공여에 있어서는 6가지 정도의 혐의가 있었다.△ 뇌물공여를 약속했느냐 △승마 뇌물수수 중 용역대금 △말 △차량 △ 영재센터 △재단 등이었다. 1심에서는 이 중 절반인 용역대금과 말, 영재센터 지원등이 뇌물공여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말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영재센터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을 바꿨다. 차량에 대해서는 1심에서 무죄였지만, 이번에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이는 증거로 채택된 안종범 수첩과 김영한 일지에 대해 부족하다는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안종범의 수첩은 그 기재 존재에 관해선 증거로 사용할 수 있지만, 기재된 내용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론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며 "김영한 일지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증거를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 기소 내용에도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뇌물을 주는 이유는 '청탁' 때문일 것이다. 현안 관련 명시적, 묵시적 부정 청탁이 핵심쟁점인 이유다. 그러나 이 역시 검찰의 기소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개별현안 진행 자체가 공소사실과 같은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고 포괄적 현안 승계 추진을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를 전제로 박 전 대통령이 이런 현안으로서 승계 인식하고 있었다거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승계 매개로 승마, 영재센터를 지원한다는 묵시적 인식과 양해, 묵시적 부정 청탁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판결문에서는 "결론적으로 개별 현안이나 포괄 현안에 대한 부정 청탁 인정 안 되기 때문에 그걸 구성요건으로 하는 제3자 뇌물수수 대응하는 뇌물공여 부분인 영재센터, 미르와 K재단 공여 부분은 모두 인정 못한다"고 무죄를 설명했다.

◆특검의 히든카드 '0차 독대'…인정 못 받아

이번 항소심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변론 종결을 5일 앞두고 공소장을 또 변경했다. ‘0차 독대’ 의혹을 공소장에 추가했다. 그만큼 항소심의 뜨거운 감자는 '0차 독대' 였지만, 이는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제시한 정황 증거의 핵심이 객관적 자료가 아닌 증인의 기억에서 나온 것으로 봤다. 2014년 9월12일 단독면담,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이 사건에서 큰 영향 없다는 게 판단이다. 특검은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그는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2014년 하반기 이 부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이 부회장의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측은 "내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가 없다”며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건 두 번뿐이고 그것(0차 독대)을 기억하지 못하면 내가 치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결국 불확실한 기억보다는 확실한 주장을 인정한 셈이 됐다.

다만 재판부가 유죄를 판단한 부분은 정유라와 관련된 승마 지원이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이나 최서원에게 승마지원할 사적 이유가 없다고 봤다. 금액 크기, 제공 은밀성 모두 고려해 보면 승마지원 부분은 적어도 직무관련성 대가성 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뇌물공여에서 말과 차량에 대한 부분이 일부 유죄가 되고, 특경가법에서 승마와 관련된 부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위반에서 일부 유죄가 판결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양형 이유로는 '수동적으로 이같은 범행과 횡령을 저질렀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후계자이자 삼성전자 부회장, 그리고 등기이사로서 이 사건 범행을 결정하고 다른 피고인에게 지시하는 등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고 또 국회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긴 어려웠고 아무 범행 전력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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