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인기 만화 ‘북두의권(북두신권)’만 볼 수 있도록 한 전자책이 나왔습니다. 종이책의 외관을 그대로 가져왔고, 일반 전자책과 달리 ‘북두의권’시리즈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벤처기업 프로그레스테크놀러지가 1980년대 인기 만화 ‘북두의권(北斗の拳)’ 전 18권의 내용을 담은 전자만화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전자책은 아마존 킨들 등 기존 전자책과 달리 인터넷에 연결할 수가 없어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 전자책으로는 ‘북두의 권’만 볼 수 있습니다.
회사 측은 전자책을 개발할 때 ‘종이의 촉감’과 ‘책을 넘길 때의 감각’을 재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합니다. ‘북두의권’이 전자책에 거리감을 느끼는 중장년층이 청소년기에 보던 만화인 만큼 아날로그 세대를 겨냥한 제품이라는 설명입니다.
전자책의 크기는 A5 용지 절반가량으로 종이 만화책과 같은 사이즈 입니다. 외장도 종이로 만들어 만화책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책을 펼치듯 단말기를 열면 좌우 양면에 배치된 2장의 화면에 전원이 들어오면서 만화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종이책의 질감과 소장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입니다. 오프라인 서적으로 총 18권 분량의 콘텐츠를 한권에 집어넣고 전자책의 강점도 살렸습니다.
반은 오프라인 서적이고, 반은 전자책인 것과 같은 책이 등장한 것은 일본에서 전자책이 예상처럼 많이 보급되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종이 출판물 시장의 규모는 1조3701억엔(약 13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이 중 전자 출판물은 2215억엔(약 2조2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성인의 40%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시점에 전자책도 아니고 오프라인 서적도 아닌 책의 등장이 눈길을 끕니다. 새로운 책은 전자책과 오프라인책의 강점을 모두 발휘해 성공을 거둘까요. 아니면 양자의 단점만 부각돼 한 때의 이색상품으로 치부될까요.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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