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자체와 업종별 기업들이 겪는 현실은 ‘낙인 효과’ 타령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감당할 수 없게 치솟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고민할 정도의 타격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급등을 밀어붙였다고 해서 모든 업종 근로자 소득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2016년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비율을 보면 전체 산업 평균은 13.5%인 데 비해 농림어업은 46.2%에 달한 게 단적인 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최저임금 차등화를 시행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호주, 네덜란드 등은 연령별 차등화도 실시한다. 일본은 지역·업종에 따른 최저임금 종류만 240가지에 달한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는 958엔(약 9530원)인 반면 가장 낮은 오키나와는 737엔(약 7340원)이다. 최저임금 차등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 이 경우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매번 노동계 반대로 최저임금 차등화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차등화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노동계가 ‘저임금 업종 낙인찍기’라고 반대해 폐기됐다.
업종·지역마다 사정이 다른데 최저임금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든다. 정부는 현실에 맞게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손질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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