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창 이후 대북제재 늦춰선 안된다

입력 2018-02-07 18:19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취해
대북제재 우회한 경제지원 '위험'
압박 통해 근원적 변화 유도해야"

조영기 < 고려대 교수·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된다. 우리의 눈과 귀가 북한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올림픽 이슈는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한 손에는 ‘건군절(2·8) 열병식으로 국가 핵무력을 과시’하고, 다른 한 손에는 ‘통남봉미(通南封美)의 위장평화로 제재의 틈새’를 만들려는 북한의 양동작전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 기획된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전략은 ‘대화’라는 주술(呪術)에 걸린 우리 정부를 농락하고 있다.

사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신년사에 화답해 ‘대화’를 수용한 순간부터 북한의 고압적 태도와 우리 정부의 굴욕적 저자세는 충분히 예견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성공적 올림픽을 위한 북한의 고압적 구원의 손길’에 방향을 잃은 채 대북 제재 기조를 흐트러뜨리고 있다. 선수단 이외 인력에 대한 체류비 지원, 금강산 남북행사를 위한 경유 반출 검토, 만경봉92호 입항 등이 그것이다. 당당함과 정도(正道)는 온데간데없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9~11일 온다. 청와대는 김영남 방문을 두고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남북대화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북한과의 대화(對話)는 ‘대화(大禍)’를 초래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사실상 핵무장한 북한과의 대화는 위장평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치적 합의’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진정한 평화는 말의 성찬의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화 자체보다는 어떤 대화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꺼내든 ‘통남봉미 카드’는 다목적 포석이다. 남북대화를 내세우며 국제 사회의 제재로 인한 ‘제2의 고난의 행군’ 위기를 넘기고 핵무력 완성의 위협을 기만하며,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한·미 동맹을 이간하고, 위장평화로 인권탄압의 실상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다. 통남봉미 카드는 대내 폭압성을 은폐하고, 대외 폭력성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적 산물인 것이다. 대내 폭압성이란 폭력으로 주민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이며, 대외 폭력성이란 핵과 미사일로 다른 국가를 위협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잘못된 선택이 북한의 폭압성과 폭력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지금 북한은 국제 사회 제재로 외화난, 물자난, 에너지난, 식량난 등의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다. 특히 통치자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은 김정은 통치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사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체제 전환 당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통치권위를 상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북한도 최악의 상황까지 가야만 근원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대북 제재가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평창 올림픽 이후 대화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 것이다. 근원적 변화를 모면하기 위한 청구서 목록에는 국제 사회 대북 제재의 구조적 허점을 파고든 각종 경제지원이 포함될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물론 핵 폐기는 대화 대상에서 철저하게 제외된 상태에서 진행될 것이다.

대화에 대한 집착은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를 정당화할 것이란 점에서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틈도 확 벌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우리의 대화는 최대한 압박을 꾀하는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북 제재에 대한 한·미 간 엇박자는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막을 뿐 아니라 북핵 위협의 고통을 더 연장시킬 뿐이다.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 정권의 억압적 실상을 알리는 활동과 함께 최대한의 압박전략을 유지해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의 대내 폭압성과 대외 폭력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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