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신자본론…청춘들이 말하는 부(富)
흙수저 극복 힘들다
지금 시스템은 기울어진 운동장
맞벌이 연봉 5000만원이면 만족
내 수저는 내가 만든다
알바 월급으로 주식·펀드 투자
서른 되기 전 10억 모을 것
서울의 한 대학 3년생 이승현 씨(25)는 최근 해외 교환학생 지원을 포기했다. 토플 성적 제출이 필수인데 회당 20만원인 응시료를 감당할 수 없는 점이 제일 큰 이유가 됐다. 이씨는 “반복해서 치면 점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보통 서너 번씩 시험을 보는데 그러자면 비용이 100만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도 겨우 내는 입장에서 교환학생은 사치라고 판단했다”며 씁쓸해했다.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2030세대에 부(富)와 부자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출발선이 공평하지 않다는 이른바 ‘헬조선’ ‘흙수저’론에 청춘들은 얼마나 공감하는 것일까.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스펙도 능력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세상’이라는 주장과 ‘노력하면 얼마든지 1%의 삶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팽팽했다.
“평범한 삶 유지가 목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홍민주 씨(24)는 “부는 인간을 집어삼키는 그릇된 욕심의 매개체”라고 규정한다. 홍씨는 “월급쟁이로 살더라도 하루하루 일상에 감사하며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원생 강지민 씨(26)도 ‘현상 유지’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외제차를 끌고 오는 선후배가 꽤 있다”며 “캠퍼스 생활에서 금수저와 흙수저 간 격차는 내 힘으로 극복하기 힘든 차원”이라고 했다.
대학 졸업반인 이종환 씨(25) 역시 하루하루 ‘평범을 위한 투쟁’을 벌인다고 전했다. 그는 “꿈을 좇고 많은 돈을 벌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해결 중이다. 어느 정도가 ‘평범’이냐는 질문에 이씨는 “맞벌이로 연봉 5000만원만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자리라도 지키려면 그 정도 소득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에서 부자가 되려면 부자인 부모 밑에 태어나는 방법뿐인 것 같다”며 “현재 시스템은 기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진단했다.
“구직 포기는 사회를 향한 보이콧”
현상 유지가 버거워 자포자기하는 청춘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이모씨(27)는 지난 1년여 취업준비를 했지만 당분간 구직활동을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씨는 구직 포기를 무능력이 아니라 ‘보이콧’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어려운 형편에 취업 준비에 몰두할수록 책값, 어학 시험비, 교통비 등 돈 쓸 곳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차라리 공동생산, 공동분배였으면 지금보다 상황이 낫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해봤다”고 털어놨다.
김민경 씨(25)도 얼마 전부터 일하지 않고, 교육·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됐다. 작년에는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처우가 형편없어 7개월 만에 그만뒀다. 김씨는 “특별한 경력이 없다보니 또다시 비정규직부터 시작할 용기가 안 난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2017년 기준 약 48만3000명으로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기회와 자유가 널려 있다”…1%에 도전
경제적 자유를 중시하고 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개척가’ 청년도 많았다. 이들은 돈은 자유이고, 부는 쟁취 대상이라고 전했다. 지금의 ‘수저’에 상관없이 노력으로 상위 1%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했다.
대학생 정수영 씨(23)는 한 금수저 동기를 보면서 오히려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정씨는 “부모님 돈에 의존하는 동기와 달리 스스로 부자가 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삶”이라고 했다. 그래서 전공 공부와 별개로 틈틈이 경제신문을 탐독하고 국제금융과 증시를 ‘열공’한다고 전했다. 그는 “부가 있어야 세상에 나의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원생 한지현 씨(25)는 자녀의 수저만큼은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차곡차곡 실천에 옮기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2년 전부터 해외선물 옵션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한씨는 “20대에 10억원을 만드는 게 목표이며 꿈만은 아니다”는 의지를 보였다. 21세기 자본주의야말로 ‘기회의 장’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저론으로 매도하고 안주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며 “일상 속의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적극 도전하는 자세가 청년들에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한경 인턴기자 리포트
2030세대의 시각으로 이슈 현장을 매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한경인턴기자 리포트’는 청년들의 젊은 생각과 품격 있는 한국경제신문의 만남입니다. 이번 주는 부와 부자를 보는 2030세대의 혼란스러운 시각을 들여다봤습니다. 남정민(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왼쪽부터) 이인혁(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김수현(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 2학기) 이건희(연세대 의류환경학과 4학년) 인턴기자가 전하는 청춘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기 바랍니다.
남정민/김수현 인턴기자 jungmin28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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