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로 확산되는 '미투 바람'… '성추문 전력' 시인협회장 사퇴 요구 비등

입력 2018-02-07 19:26   수정 2018-02-08 07:49

출판계 "터질 것이 터졌다"
영화계도 잇단 성추행 폭로



[ 심성미 기자 ] 성범죄 피해 사실을 적극 알리는 ‘미투(Me too)’ 바람이 검찰 조직에서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영미 시인의 ‘미투’ 폭로에 이어 성추문 전력이 있는 시인협회장 사퇴 주장도 빗발치기 시작했다.

7일 출판계는 최 시인이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를 통해 발표한 시 ‘괴물’로 하루종일 들썩였다.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원로 시인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정면으로 고발한다.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100권의 시집을 낸’ ‘노털상 후보’ ‘En’ 같은 표현으로 가해자가 누구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논란이 일자 출판계에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시에 등장하는 원로시인은 젊었을 때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으로 유명했다”며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이 확산될 때 그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것이 의아한 정도”라고 말했다.

감태준 시인이 지난달 23일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선출된 사실도 뒤늦게 논란이다. 문단 안팎에서는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감 시인은 2007년 제자 성추행 사건 등이 고발돼 이듬해 해임됐다. 이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 번복됐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해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에서는 다른 제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은 사실로 보여진다며 패소했다. 시인협회 여성 회원은 “감 시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감 시인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성추행 사건은 사실이 아니며 설 연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며 물러날 뜻이 없다고 했다.

미투 운동은 영화계에도 퍼져갔다. 여성 영화감독 A씨는 2015년 여성 영화감독 이현주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최근 페이스북에 ‘#미투’를 달고 폭로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이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자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씨를 6일 제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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