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공식 철회했다.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8일 "더이상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으며 이날 오전 산업은행에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이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인수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이다.
호반건설 인수 담당자들은 전날 오후 늦게 산업은행 담당자들을 만나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에 대한 내용을 확인한 뒤 김상열 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김 회장이 숙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 M&A 관계자는 이날 "지난 3개월 간의 인수 기간 동안 정치권 연루설, 특혜설과 노동조합 등 일부 대우건설 내 매각에 대한 저항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우건설이라는 상징적 국가 기간산업체를 정상화시키고자 진정성을 갖고 인수 절차에 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고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인수포기 결정에는 전날 대우건설의 연간 실적발표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4분기 대규모 해외 손실이 발생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재제작에 들어가며 작년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한해 매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큰 편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국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반건설은 모로코 손실 뿐 아니라 추후 돌출할 수 있는 해외 잠재 부실에 대해 크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작년 3분기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단독 응찰했으며, 이번 달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현장 정밀실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아직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이 MOU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않아 매각 결렬에도 양측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은 과거에도 인수전 참여 의사를 번복한 일이 잦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거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SK증권 등 굵직한 매물이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다가 막판에 발을 뺐다. 2015년에는 금호산업 인수전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으나, 예상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써내 불발되기도 했다.
호반건설이 끝까지 인수전을 완주한 것은 2016년 울트라건설 인수, 2017년 제주 중문단지 퍼시픽랜드 매입과 2011년 KBC광주방송 인수 등이 있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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