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를 파고 메우는 식의 헛발질 난무
더 큰 재앙 초래하기 전 개입·간섭 줄여야
최광 <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석좌교수 >
어떤 정책 담당자가 유능한가? 어떤 정책이 훌륭한 정책인가? 왜 수많은 국가 정책이 실패해 의도한 결과를 손에 쥐지 못하는가?
경제 영역에서 하나의 제도나 정책은 하나의 효과만 일으키지 않고 일련의 효과들을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그 일련의 효과 중에는 즉각적이고 눈에 보이는 효과와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 통상의 무능한 정책 담당자는 즉각적이고 눈에 보이는 효과를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하는데 그런 정책은 실패한다. 반면 유능한 정책 담당자는 눈에 보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고려한 정책을 수립해 성공한다. 눈에 보이는 효과보다 보이지 않는 효과가 더 크며, 때론 보이지 않는 효과로 인해 재앙이 초래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최근 경제정책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보이지 않는 효과나 결과를 무시하고 있어 참으로 걱정스럽다. 구체적인 사례로 문제의 본질을 살펴보자. 정부는 세금을 투입해 공무원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투입된 예산 규모와 늘어난 공무원 숫자이기에 꽤 근사해 보인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것은 내용이 매우 다양하고 그 실질적 비용이 참으로 크다는 데 있다. 공무원 증원 예산이 조세로 충당될 때 추가 세금은 민간부문 가처분소득 감소를 의미하고 이는 경제의 소비 감소, 생산 감소, 고용 감소로 귀결된다.
소비 감소와 생산 감소는 경기후퇴를 의미하고 경기후퇴에 따라 고용이 감소한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고용 증대가 민간의 고용 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한 기업인은 10년도 넘게 근무한 중견 팀장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사표를 쓰고 퇴사해 난감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기업인의 하소연은 그 자체로도 애절하나 이 호소도 사실 눈에 보이는 현상의 지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중요한 것은 그 직원의 퇴직 전 민간기업 팀장으로서의 사회 기여 정도와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의 사회 기여 정도의 차이다. 기술 혁신을 선도하며 세계를 누비는 민간기업 팀장과 철밥통 공무원 중 누가 사회에 더 기여하는가? 우리 사회는 둘 중 누구를 더 필요로 하는가?
사실 실업을 완벽히 해소하는 한 가지 특별 처방이 있긴 하다. 나라 전체의 모든 실업자를 거주지별로 공터에 모두 모이게 한 뒤 국가 예산으로 충분한 일당을 주면서 하루는 구덩이를 파게 하고 다음날은 전날 판 구덩이를 메우게 하면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완벽한 실업 해소다. 그러나 나라는 파멸의 길로 간다. 실업 해소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일당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생산적인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의 최근 일자리 창출사업 대부분이 구덩이를 파고 메우는 식의 효과 없는 세금 낭비적 정책이다.
최근 논쟁의 중심에 있는 개헌과 관련해 ‘자유’라는 단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이념과 연관 지어 생각하지만 자유는 결코 이념적, 추상적인 것이 아니고 실질적, 구체적인 것이다.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주장에서 보듯 모든 사람에게 자유는 천부(天賦)의 권리로 생명만큼 소중하다. 민주화의 긴 여정도 결국 자유의 증대를 위한 국민적 노력이 아니었던가?
명분이 무엇이든 정부의 개입과 간섭은 사회 구성원의 자유 감소와 속박 증대로 귀결된다. 정부의 각종 정책이 보이지 않게 자유를 크게 제한한다는 사실을 정책 담당자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자유가 크게 제한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정책 담당자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그 귀중한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부지기수로 펼치고 있다.
위 사례에 적용된 것과 같은 논리로 평가하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대부분은 문제가 많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을 높여주면 경기가 활성화되고 소득분배도 개선되리라고 새 정부는 확신했다. 당국자 모두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무시한 결과로, 정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예 무시하고 일반인 눈에는 다 보이는 것조차도 스스로 눈감아 장님이 된 당국자들이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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