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비밀] 와인을 왜 눕혀서 보관할까

입력 2018-02-09 13:21   수정 2018-02-09 13:57



"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 플라톤

와인의 어원은 라틴어의 'Vinnum(비넘)'. '포도로 만든 술'이란 뜻이다. 1907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포도나 포도즙을 발효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와인의 법적 정의를 내렸다.

와인은 인류 최초의 술일 가능성이 높다. 고고학자들은 포도재배의 역사를 약 900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고, 기원전 2000년경에 이집트인들이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기술을 크게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인은 평창동계올림픽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만찬주로도 등장해 그 품격을 다시 한번 높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주류 선물세트의 최강자다.

다가올 설 명절에 와인 선물세트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보관해야 좋을까.

와인은 세워 놓지 말고 눕혀서 보관해야 한다. 와인은 기본적으로 열과 빛을 싫어한다. 습도에도 아주 민감해 보관 장소가 건조할 경우 산화되기 쉽다.

다소 까다로운 와인의 성질 탓에 마개와 병 색깔 등 곳곳에 '디자인의 비밀'이 숨어 있다.

와인을 눕혀서 보관하는 이유는 코르크가 와인에 충분히 젖어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코르크가 말라서 공기가 스며들면 와인이 산화될 수 있어서다.

국내 5대 와인 수입사 중 한 곳인 아영FBC에 따르면 코르크 마개는 와인을 숨쉬게 한다.

아영FBC 관계자는 "코르크 마개는 숙성 후 병에 들어간 와인과 끝까지 운명을 함께 하는 보디가드 같은 존재"라며 "코르크는 병목에 꽉 끼워넣어 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데다 아주 미세한 공기의 출입(0.01ml/월)을 허용해 와인의 숙성을 돕기 때문"이라고 했다.

와인 병 마개로 코르크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8세기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 오트빌의 수도사 동 페리뇽(Dom Pérignon) 수도사. 스페인의 성지 순례 수도승들이 호리병 마개로 코르크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르크의 길이가 길수록 고급와인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장기 숙성(밀봉)과 코르크의 수명까지 고려한 차이다.

레드 와인을 담는 병 색깔이 녹색이나 갈색인 이유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자외선은 레드 와인의 타닌 성분을 산화시키는 주범이다.

와인을 따를 때 침전물을 거르기 위해서 어깨 부분에 각이 져 있고, 고급 와인일수록 병의 무게가 무겁다. 중후한 느낌을 주고 튼튼하게 보관하기 위해서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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