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최대 압박' 행보
"북한 매력 공세 펼치겠지만 진실 전해지도록 해야"
탈북자 4명과 35분 면담…인권 탄압 '증언' 들어
[ 김채연 기자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에 앞서 탈북자들과 면담하고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는 등 대북 강경 행보를 이어갔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평택 제2함대 사령부를 찾아 서해수호관에 들러 제1, 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사건 등에 대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뒤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 인권 실태와 관련한 얘기를 들었다. 이 자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지성호 씨를 비롯해 지현아, 이현서, 김혜숙 씨 등 탈북자 4명과 북한에서 억류됐다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도 참석했다. 지성호 씨와 웜비어는 포옹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면담은 낮 12시20분께부터 35분간 이뤄졌다.
펜스 부통령은 면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탈북민에게 “여러분이 자유를 찾아 남한까지 왔다고 생각할 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며 “(여러분이) 자유를 갈구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후 면담을 마무리하며 “북한은 자국 시민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모든 세계가 오늘 밤 북한의 ‘매력 공세(a charm offensive)’를 보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오늘 우리는 진실이 전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해 2010년 북한 어뢰 공격을 받은 천안함을 둘러봤다. 펜스 부통령은 “어젯밤 문재인 대통령도 (만찬에서) 제재가 올림픽과 관련해 지금 이뤄지는 남북 대화라는 결과를 낳았음을 진심으로 인정했다”며 “문 대통령이 내게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계속할 극도의 압박 캠페인을 강력 지지한다고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거론하며 “국제사회와 유엔조차 북한이 그 공격에 관여했음을 확인했는데도 북한은 여전히 이 배의 침몰과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데 대한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날 북한의 열병식에 대해서도 “계속 진행 중인 도발의 일부”라고 압박했다.
북·미 대화의 전제 조건과 관련해선 “비핵화는 어떤 변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 돼야 한다. 구체적인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며 ‘선(先) 핵포기’를 요구했다.
펜스 부통령이 연일 대북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는 것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 대북 압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공조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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