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리모델링 필요하다

입력 2018-02-11 15:51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경제학의 가정과 달리 인간의 비합리성은 현실 세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방법은 예금이 91.8%로 가장 많았고 주식 4.1%, 개인연금 1.8% 등으로 나타났으며, 금융자산 투자 시 우선 고려사항으로는 안전성이 75%로 가장 높았고, 수익성 12.8%, 접근성 6.2% 등으로 나타났다.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보자면 최근 시장에 등장한 가상화폐 투자는 비합리성의 대표 사례다. 가상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2017년 초 952달러(약 102만원)에서 시작해 연말 1만4310달러(약 1530만원)를 기록하며 1년 사이에 14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급기야 가상화폐 투자 열풍으로 거래 대금 규모가 제도권 유가증권 등 거래소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커 안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풍은 금융자산에 대해 일반 투자자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은행 예금 선호도가 절대적인 통계자료와는 큰 괴리를 보여준다.

가계의 자산 구조에서도 이런 괴리가 확대되고 있어 올해는 일반 가계의 자산 구조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의 ‘최적 리스크 포트폴리오(Optimal Risk Portfolio)’를 모를 수는 있겠지만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증시 격언은 익숙할 것이다.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격언이다.

그렇지만 부동산에 편중된 국내 가계의 자산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던 시절 부동산은 부를 축적하고, 신분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는 재테크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고도화하는 단계에서 국내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던 시기와 같다.

KB금융연구소의 ‘2017년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한 우리나라 부자는 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수도권에 거주할수록 부동산 자산 편중 현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가 된다는 것이 부동산을 보유한다는 것과 등가의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다.

오히려 지난 몇 년 동안 주택시장 호조로 자산 구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통계청에서 시행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 자산은 전체 자산의 74.4%로 비중이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구의 평균 소득이 5010만원(2017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일반 가계의 금융 자산도 전년 대비 1.5% 증가에 그친 반면 부동산을 중심으로 실물 자산의 증가 속도는 5.1%에 달했다. 담보 대출(5%)과 신용 대출(10.3%)의 증가 폭도 비슷했다. 국내 경제 성장이나 소득 성장과 비교하더라도 실물 자산의 증가 폭은 높은 편이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주택 구입이 분명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부(Wealth)의 형성과 증식은 그 나라의 경제 역동성이나 산업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산업이 발전하고, 공업화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대도시로의 인구 유입은 필연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런 구조가 앞으로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금융 자산을 통한 자산 증식의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출생률이 떨어져 인구 성장이 정체되고,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실물 자산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대외 충격에 취약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오온수 KB증권 WM스타자문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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