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북한 이방카, 외교댄스 금메달"
2박3일간 문재인 대통령 네 번 만나
[ 이미아 기자 ] “북한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스포츠 종목이 아니라 홍보전에서 말이다.”
미국 CNN이 10일(현지시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외교’를 보도하면서 이 같은 제목을 달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하는 유례 없는 카드를 내놓으며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평창외교에서 주도권을 행사했음을 빗댄 것이다.
김여정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당초 김여정은 일부 공식 행사에만 얼굴을 비추고, 대표단장이자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김여정은 평창올림픽 개회식 땐 문재인 대통령 바로 뒤 귀빈석에 김영남과 나란히 앉았으며, 문 대통령과 악수도 했다. 지난 10일엔 청와대 회동에 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주최한 만찬도 함께했다.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첫 경기를 문 대통령과 함께 응원했다. 11일 북한 예술단 서울 공연 관람까지 3일간 문 대통령을 네 번 만났다. 김여정의 일거수일투족은 가는 곳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여정은 정상급 이상의 파격적 대접을 받았다. 공항에서부터 조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이 마중을 나갔다. 10일 청와대 오찬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했다.
CNN은 김여정에 대해 “이번 올림픽에 ‘외교 댄스’ 부문이 있다면 김여정이 금메달 후보”라며 “김여정은 미소와 악수, 대통령 방명록에 남긴 따뜻한 메시지로 평창올림픽 참석 단 하루 동안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소개했다. 또 김여정을 ‘북한의 이방카(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라고 표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여정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동정을 이틀째 1면에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고위급 대표단이 올림픽 개회식에 참가하고 1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현관에서 우리 고위급 대표단을 반갑게 맞이하여 인사를 나누고 김영남 동지, 김여정 동지와 각각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