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더 빨리' 넷마블 vs '신중에 신중' 엔씨소프트

입력 2018-02-12 14:39  

넷마블, 20종 신작 라인업 공개…상반기 5종 출시
방준혁 "中에 대응하려면 1~2년 빨리 출발해야"

엔씨소프트, 모바일 신작 3종 하반기 출시 유력
"많은 게임보다 임팩트 있는 게임으로 시장 장악"




지난해 게임 업계에서 '폭풍 성장'을 보인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가 올해 상반된 사업 전략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넷마블은 더 빠른 출발과 공격적인 신작 출시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는 느리지만 소수의 핵심 무기 개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상반기 넷마블 5종…엔씨 '블소2' 출시 저울질

12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올해 총 모바일게임 19종, 콘솔게임 1종 등 총 20종의 신작 게임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에는 근무 환경 개선 등에 주력하며 신작 수나 성과가 다소 주춤했다. 사실상 2016년 출시된 '리니지2: 레볼루션'과 기존 스테디셀러 게임들이 연매출 2조원을 견인한 셈이다.

20종의 라인업 중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과 '피싱 스트라이크' '퍼스트본' '해리포터' 'BTS월드' 등 5종은 올 상반기 출시가 가능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넷마블은 과거에도 모바일게임 업계 최대 규모의 라인업을 자랑해왔다. 부지런히 신작을 내다보니 스테디셀러 게임이나 리니지2 레볼루션 같은 대형 히트작도 빨리 나왔다. 넷마블은 지난해 넥슨을 제치고 게임 업계 매출 1위에 등극했다.

올해 넷마블은 '더 빠른 출발'을 외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따라온 중국 때문이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일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추격은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됐다. 중국의 게임 개발 속도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라며 "이제 넷마블은 1~2년 더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신작 출시 과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2'와 '리니지2M' '아이온 템페스트' 등 올해 신작 모바일게임 3종은 하반기 출시가 유력해진 분위기다.

당초 업계에서는 블레이드앤소울2의 상반기 출시를 점쳤지만, 엔씨소프트 측은 확답을 망설이고 있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블레이드앤소울2의 매출 상위권 집입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상반기에 내놓을 것"이라며 " 최근 시장 변화로 더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성장 배경·개발 문화도 달라

신작 개수로 밀리는 엔씨가 게임 개발에도 오히려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의 자신감은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탄탄한 매출 기반에서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리니지M은 작년 4분기부터 현재까지 일평균 30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들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여타 모바일게임 대비 흥행 지표 하락세가 완만하고 일정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력한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점도 장기 투자의 원동력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PC온라인게임 '리니지2'를 비롯한 IP 로열티로만 2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엔씨소프트의 또다른 PC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리니지M과 IP 로열티가 받쳐주는 엔씨소프트는 신작 공백에도 실적 타격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개별 게임에 오랫동안 공을 들일 수 있는 셈이다. 윤 CFO는 "많은 게임을 출시하는 것보다 임팩트 있는 게임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게 실적에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사내 개발 문화가 사업 전략에 드러난다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게임으로 성장한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다소 길고 느린 호흡으로 게임을 만든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늘 '웰메이드 게임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개발 완성도는 물론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해 게임 출시 시기를 신중하게 저울질한다.

엔씨소프트가 2011년 처음 공개한 PC온라인게임 리니지 시리즈의 후속작 '리니지 이터널'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지난해 프로젝트 총괄이 교체되고 11월부터 '프로젝트TL'이라는 이름으로 계승돼 개발되고 있다.

반면 넷마블의 성장 배경은 2013년부터 집중한 모바일게임 사업에 있다. 넷마블은 평균 수명이 짧은 모바일게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십개 게임개발 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발빠르게 선보여왔다.

방준혁 의장은 "지금까지 반박자 앞서 갔다면 앞으로는 한박자, 두박자 앞서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선제적 대응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재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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