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외 204곳서 인턴십
강원봉, 베트남 박항서 감독 통역
한국 코치진 도우미 역할도
미국 IMG아카데미 파견된 조서영·박정수·이경준·박소연
테니스·골프 선수 스케줄 관리 "실무 경험 쌓고 정규직 전환 유리"
[ 최진석 기자 ]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박항서 감독(59). 그가 부임 3개월 만에 ‘박항서 매직’을 이뤄낸 데 기여한 ‘숨은 주역’ 중에는 강원봉 인턴(26)이 있었다. 그는 통역사로 박 감독의 입과 귀가 돼 선수들과의 소통을 책임졌다. 한국인 코치들이 현지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도우미’ 역할도 맡았다. AFC 대회에 대한 정보를 찾아 번역해 코치진에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 전 국민이 축구로 하나가 되는 장면을 직접 체험했고 그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스포츠 매니저 꿈 키워
강 인턴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한 ‘체육분야 인턴지원 사업’에서 선발됐다. 한국경제신문은 2015년부터 문체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과 손잡고 스포츠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우수 인재를 발굴해 실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84명(국내 162명, 해외 122명)의 청년들이 국내외 스포츠기관 204곳에서 일하며 꿈을 키웠다. 베트남에선 강 인턴과 함께 황미현 씨도 베트남축구협회에서 홍보·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신드롬’이 일 때 한국과 호주에선 ‘정현 신드롬’이 생겼다. 한국 테니스 간판선수인 정현이 세계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4강에 오른 것이다. 정현의 소속사인 미국 IMG아카데미에도 작년 12월 한국에서 4명의 인턴이 파견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있는 IMG아카데미는 유소년, 고교생, 대학생, 프로선수를 위한 트레이닝 기관이자 정규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사립학교다.
선수들의 매지니먼트도 담당한다. 골프 야구 농구 축구 육상 등 8개 종목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작년 12월부터 이곳에서 근무 중인 조서영 인턴(26)은 ‘제2의 정현’ ‘제2의 김시우’를 꿈꾸는 테니스와 골프 선수들의 전반적인 스케줄 관리 등을 해주고 있다. 그는 “한국에는 아직 IMG와 같은 기업이 없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인턴, 3명 중 1명꼴로 취업 성공
조 인턴과 함께 박정수(28) 이경준(28) 박소연(23) 씨도 IMG아카데미에서 인턴으로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다. IMG 관계자는 “4명의 인턴 모두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정도로 우수한 능력을 갖췄다”며 “꼼꼼하면서도 자발적인 업무 태도가 요구되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고 있어 임원들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인턴으로 근무한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취업으로 이어진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5년 해외 인턴으로 파견된 35명 중 약 3분의 1인 13명이 정규직(5명)이나 연봉제 계약직(8명)으로 회사에 자리 잡았다. 2016년에도 6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더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2015년 15명, 2016년에는 19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체육분야 인턴사업에 지원하는 인재들의 경쟁력이 상승하고 있다”며 “작년에 파견된 107명의 정규직 혹은 계약직 전환비율이 전년도를 웃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인턴 사업과 같은 체계적인 취업 지원 구조가 청년 일자리 확대에 큰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IMG 관계자는 “정부 지원으로 신뢰도가 높은 기관에서 인턴 경험을 쌓은 뒤 적성에 맞는 기업에 취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인턴의 파견 기간은 3, 6개월 두 종류가 있으며 파견자에게는 왕복항공권, 보험료, 비자발급비, 체재비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 선발된 해외 인턴은 52명이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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