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감독기구(은행·증권·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를 통합한 금감원은 올해로 출범 20년이 됐다. 지난 20년은 권한이 커졌는데 그에 걸맞은 도덕성과 규율이 미비해 점점 신뢰를 잃어온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게이트와 뇌물 수수 등에 임직원이 연루될 때마다 쇄신방안을 내놓은 게 이미 네 차례나 된다. 매번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해이해지고 일탈은 되풀이됐다. 임원들은 권력에 줄을 대고, 반관반민(半官半民) 신분인 직원들은 유리한 것만 챙긴다(체리피킹)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의 ‘다짐’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이번은 다를 것’이란 믿음보다 솔직히 ‘얼마나 갈까’라는 의구심 쪽에 더 가깝다. 물론 작년 말과 올초 대대적인 조직통폐합, 임원 전원 물갈이, 부서장 85% 교체를 단행하며 쇄신 의지를 보인 것은 인정해줄 만하다. 그러나 청렴·투명·공정한 감독기구의 위상은 인사·조직개편이나 결의대회를 연다고 절로 갖춰지지 않는다. 2000여 금감원 구성원 개개인의 각성(覺醒)과 조직운영 시스템의 환골탈태가 수반돼야만 한다. 그렇게 해도 아주 서서히 변하는 게 조직의 소프트웨어다.
금융시장의 규율을 세워야 할 금감원이 자기 규율에 실패하면 존재 이유가 없다. 비리가 되풀이되면 공공기관 지정이나 공무원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라”는 당부는 임직원은 물론 자신에 대한 다짐일 것이다. 결의대회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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