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몰고 온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이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에게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벌금은 180억원이며 뇌물로 받은 약 72억원은 추징한다.
최씨와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게는 징역 6년, 벌금1억원, 추징금 4290만원, 지난해 4월 뇌물공여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겐 징역 2년 6개월, 추징금 70억원이 내려졌다. 신 회장은 법정구속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417호 대법정에서 최씨의 선고 공판을 열어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 등 18가지 혐의사실을 대부분 인정해 이같이 선고했다. 2016년 11월 20일 재판에 넘겨진 이래 450일 만이다.
재판부는 우선 재단 출연 모금이나 삼성에서의 뇌물수수 등 최씨의 공소사실 상당 부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국정농단 사건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재판부는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기업체에 출연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에는 72억 9000여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뇌물공여 약속 부분과 차량 대금만 무죄 판단한 것으로, 이는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가 내놓은 결론과 같다. 마필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과 두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모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의 개별 현안이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해 삼성 측에서 명시적·묵시적 부정 청탁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는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단과 같은 결론이다.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그룹이 70억원을 낸 부분은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제3자 뇌물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본 것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서 경영 현안을 도와달라는 부정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K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등으로 89억원을 내라고 요구한 혐의(제3자 뇌물 요구)도 유죄로 인정됐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선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그 증거능력(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부정한 것과는 달리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순실씨의 범죄 성립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재판부는 그 밖에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를 압박해 지인 회사나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에 일감을 준 혐의 등도 대부분 유죄 판단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등도 있다.
안 전 수석은 '의료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부부에게 무료 미용시술 등 뇌물을 받은 혐의가 추가됐다.
신 회장은 애초 재단 출연 강요 사건의 피해자로 조사받았지만,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한 70억원을 검찰이 뇌물로 판단하면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4일 결심공판에서 최씨를 가리켜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라고 강조하며 징역 25년과 벌금 1천185억원, 추징금 77억9천735만원을 구형했다.
안 전 수석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 뇌물로 받은 가방 2점과 추징금 4천여만원을 구형했고, 신 회장에게는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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