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원금 잃지않는 게 최우선… 합리적 위험 수준 감수하며 투자해야

입력 2018-02-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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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비현실적 낙관성


[ 장경영 기자 ]

가상화폐에 투자한 2030세대가 ‘비트코인 블루’를 앓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2030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재산을 형성할 기회가 부족하다. 고도성장기를 지나온 기성세대는 은행 예·적금만으로도 목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2030세대는 안전하게 원금을 지키면서 높은 수익을 올릴 방법이 마땅찮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기 고수익이 가능한 가상화폐 투자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그런데 정부가 가상화폐 투자를 규제하자, 2030세대는 “자기들은 부동산으로 돈 벌고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 가상화폐 투자는 막느냐”고 반발했다.

2030세대의 고수익 추구 경향은 가상화폐뿐 아니라 테마주 투자에서도 두드러진다. 하루에도 수십% 수익률이 가능한 가상화폐나 테마주를 생각하면 찔끔 움직이는 대형주나 펀드 수익률은 눈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이처럼 원금 손실 위험을 경시하고 고수익에 조급증을 내는 이유는 뭘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그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SNS 확산으로 타인과의 비교가 일상이 돼 버려 2030세대는 매일 동창회와 명절을 치르고 있다. 잘나가는 친구나 지인의 소식이 매일 SNS로 쏟아지는 탓에 자신의 형편을 초라하게 느끼기 쉽다. 나도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다급함이 위험한 투자를 부추긴다.

비현실적 낙관성도 2030세대가 위험한 투자에 선뜻 나서는 데 한몫한다. 비현실적 낙관성은 자신과 비슷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긍정적인 사건은 자신에게 더 많이 일어나고 부정적인 사건은 자신에게 더 적게 생길 것이라고 믿는 성향이다. 긍정적인 사건보다 부정적인 사건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가상화폐나 테마주가 위험한 투자라고 하지만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낙관하는 것이다.

비현실적 낙관성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먼저 ‘살면서 언젠가 알코올 중독자가 될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커리어)을 몹시 싫어하게 될 것이다’, ‘폐암에 걸릴 것이다’, ‘살면서 언젠가 가족이 당신을 부끄럽게 여길 일을 할 것이다’, ‘당신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당신은 동료들에 비해 승진이 늦고 직위도 낮을 것이다’, ‘당신의 과실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가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다’ 등 부정적인 사건을 다룬 20개 문항에 대해 그런 일을 내가 겪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0~100% 사이의 숫자로 기록한다.

이어 같은 20개 문항에 대해 주변 친구들이 그 일을 겪을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내가 겪을 가능성의 평균에서 친구들이 겪을 가능성의 평균을 빼서 나오는 값이 비현실적 낙관성 점수다. 나쁜 일이 내게 생길 가능성보다 주변 친구들에게 생길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점수는 대개 음수 값을 갖는다. 음수의 절대값이 클수록 비현실적 낙관성이 강하다. 남들은 부정적인 사건을 겪더라도 나는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한국, 일본,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비현실적 낙관성은 8.61점으로 나타났다. 친구들이 나쁜 일을 겪을 가능성을 내가 겪을 가능성보다 8.61%포인트 높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중국 대학생은 5.16점으로 비현실적 낙관성이 다소 강했다. 하지만 일본 대학생은 0.13점에 불과해 부정적인 사건을 겪을 가능성에서 자신과 타인 간에 차이가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재산 형성을 갓 시작한 2030세대엔 무엇보다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벌려고 위험한 투자에 뛰어들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합리적인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종잣돈을 만들어야 한다. 워런 버핏의 2가지 투자원칙을 되새겨 보자. 첫째, 원금을 잃지 말 것. 둘째, 첫째 원칙을 잊지 말 것.

비현실적 낙관성에 휘둘려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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