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논점과 관점] 수많은 '한국GM'들

입력 2018-02-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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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논설위원


한국GM이 다시 벼랑 끝에 섰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경영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대 위기다.

GM 본사는 어제 주력 사업장 가운데 한 곳인 군산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원 2000명에 대한 구조조정 절차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독자적인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메리 바라 GM 회장 발언을 계기로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불거진 지 1주일 만이다.

한국GM은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전북 군산, 충남 보령 등 사업장 네 곳에서 1만6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3000곳이 넘는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전체 일자리가 30만 개에 달한다. GM 본사가 한국GM 구조조정을 얼마나 깊고 강하게 추진할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호주에서처럼 완전 철수한다면 자동차 부품산업 생태계까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질병 된 '고비용·저효율'

2002년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출범한 한국GM은 지난 16년간 사업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다. ‘고비용·저효율 구조’ 타파는 한국GM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한국GM의 수출은 판매 부진 탓에 2013년 63만 대에서 2017년 39만 대 언저리까지 급감했다. 특히 크루즈 등을 생산하는 군산공장 생산은 2010년 23만여 대에서 지난해 2만3000여 대로 곤두박질쳤고 가동률은 20%에 그쳤다. 2014~2017년 4년간 누적 순손실이 3조원에 육박할 만큼 경영수지는 악화일로였다. 지난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은행 돈을 빌릴 수도 없게 됐다.

그런데도 강성 노조는 고임금을 요구했고, 직원 연봉은 계속 올랐다. 1인당 평균 연봉은 2013년 7300만원에서 2017년 8700만원으로 약 20% 뛰었다. 한국GM 출범 때와 비교하면 15년 새 2.5배 상승했다. 2013~2016년에는 매년 1000만원 넘는 성과급을 챙겼다.

물론 GM 본사 측이 한국GM의 경쟁력 약화에 한몫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운영자금을 빌려주며 이자 장사를 했다거나, 부품 등 원자재를 지나치게 비싸게 팔았다는 이른바 ‘이전가격’ 논란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쟁력 잃으면 일자리도 없다

한국GM의 위기 징후는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고비용 구조로 인한 경쟁력 저하는 한국GM만의 문제도 아니다. 낮은 생산성과 높은 인건비 부담은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고용 유연성 확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득권 세력이 된 강성 노조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회사가 계속 끌려다닌 결과다.

매출 대비 임금 비중을 보면 한국 자동차 회사는 평균 12.2%(2016년)로 일본 도요타(7.8%)와 독일 폭스바겐(9.5%)보다 높다. 반면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한국 평균이 26.8시간(2015년)으로 도요타(24.1시간) 보다 두 시간 넘게 길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 10대국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연속 자국 내 생산이 줄었다. 세계 6위 생산국(411만4913대) 자리는 겨우 지켜냈지만, 7위 멕시코와의 격차는 4만 대 수준까지 좁혀졌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인해 자동차업종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위기 징후가 자동차 기업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대우조선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등 장기 구조조정 상태인 기업들은 물론 전자·철강·화학업종 등의 기업들에 한국GM의 위기는 ‘남의 일’일 수 없다. 경영환경 변화에 앞서 대처하지 못하면 언제든 도태되기 마련이다. ‘제2, 제3의 한국GM’이 멀리 있지 않다.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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