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도 창업의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입력 2018-02-14 10:39   수정 2018-02-14 11:09



(권기철 기술보증기금 창업성장부 부부장)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탑다운 방식’을 통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대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저물고, ‘초연결’, ‘초지능’ 사회라고 불리우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됐습니다.

근래 저성장으로 청년층의 실업이 증가함에 따라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국정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창업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한민국에 창업 붐이 왔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대부분 대학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이고, 일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왜 지식으로 창업에 나서기는 어려운 것일까요?

먼저 창업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2015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창업 여건이 나쁜 편이라는 응답이 85.7%로 매우 높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 지속(59.2%)이라는 의견이 많았죠. 또한, 창업관련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창업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구체화시키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저변에는 ‘우리나라에서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점’(70.9%)입니다. 또, 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해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창업교육을 받은 사람은 10명중 1명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이렇듯 낮은 인식과 준비 없는 창업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느꼈던 경기침체 문제는 어떨까요. 2015년, 2016년 2.8%에 머물던 국내 경제성장률은 세계경제성장에 힘입어 2017년 3.1%(한국은행 추정치)로 예상되며, 2018년에도 3.0%(한국은행 전망치)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새 정부도 ‘혁신성장’을 공언하며 혁신창업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창업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정부는 기술과 지식에 기반하여 창업에 나서려는 이들이 창업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선 벤처창업자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사업화할 수 있도록 벤처투자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기회추구형 벤처창업자의 석·박사 비중은 각 54%, 40%인 반면, 우리나라는 21%, 1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는 주요국과 비교시 경제 규모 대비 벤처투가가 부족하고 모험자본 성격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GDP 대비 벤처 투자 비중은 미국 0.32%, 중국 0.24%인 반면, 우리나라는 0.13%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벤처투자 규모를 점차 늘려오고 있으며, 벤처캐피탈 투자규모는 최근 3년 연속 2조원을 넘어서며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규 투자금액이 2.2조원을 넘어서 최고치를 달성할 전망이며, 올해에는 더욱 확대하여 약 3조원의 신규 투자 재원을 조성하여 제2벤처 창업 붐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다음으로 우수한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방법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멘토링, 컨설팅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품으로 구현해 상업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예비 청년 CEO의 창업 단계 패키지화 지원을 위한 “창업성공패키지(청년창업사관학교)”, 성공기업인과 유망창업자의 협업 프로그램인 “선도벤처연계 기술창업 지원”, 대학을 창업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창업선도대학육성” 등 다양한 지원제도가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 누구나 창작활동과 창업시도를 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올해 65개소 신설할 계획입니다.

또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창업가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할 수 있도록 연대보증인 면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창업 법인기업이 정책금융기관(기보, 신보, 중진공, 지역신보)에서 대출 또는 보증을 받을 때 연대보증을 면제하여 실패의 두려움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벤처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실패를 경험의 일환이자 창업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있으며, 벤처창업은 성공을 위한 가치있는 도전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초기 창업자금은 물론 1차, 2차 자금조달을 위한 체계적이고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태계는 자본제공에 그치지 않고 창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 네트워킹 등 다양한 멘토링을 제공하여 성공이 또 다른 성공을 낳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해서 역동적인 창업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차원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인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고, 민간차원에서는 성공벤처인이 투자자와 창업멘토로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창업 액셀러레이팅(창업기획)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기업부터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들이 스타트업과의 상생이라는 사회적 책임의식에 입각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내부 혁신을 목적으로 속속 액셀러레이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의 이러한 노력으로 성공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 예비창업자들의 롤 모델이 늘어난다면 젊은이들이 창업을 좀더 가치있고 도전할 만한 삶의 방향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현재 약 30억명에 이르는 전세계 인터넷 접속인구가 2020년까지는 약 70억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는 추세 등을 고려할때 급격한 변화의 물결속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다면 이전보다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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