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뇌 연구, 민간기업 참여 기반 넓혀야

입력 2018-02-14 16:45  

"구글 등이 뇌 관련 기술 개발하듯
국가 뇌연구도 산업화 병행해야"

선웅<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



사람의 뇌는 대체 불가능한 장기다. 개성과 인격, 마음과 지성 모두 뇌에서 나온다. 뇌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이자 우리 사회의 생물학적 기반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뇌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통찰과 논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뇌의 신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첨단과학이 필요하다. 초고해상 현미경, 광유전학, 뇌자기영상, 뇌조직 투명화 등 최근 개발된 다양한 기술들이 뇌를 이해하고 뇌질환 환자를 진단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진단 기술의 발전은 더 효과적인 뇌질환 치료법을 만들며 이런 기술을 선점한 기업과 국가는 세계를 선도할 기회를 얻는다.

고령 사회의 가장 큰 두려움인 치매도 마찬가지다. 뇌에 대해 잘 모르니 더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경우와 뇌질환 환자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좀 더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치매 치료의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며, 희망만으로도 우리는 좀 더 안심할 수 있다.

뇌의 신비를 알기 어려운 큰 이유는 그 복잡함에 있다. 사람의 뇌에는 87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각각의 세포들은 1000개 이상의 상호 연결성(시냅스)을 갖고 있다. 이 안에 담긴 정보의 크기는 우리 상상의 범주를 벗어난다. 그래서 인간의 뇌를 ‘소우주’라고도 표현한다.

뇌의 복잡성에 따른 정보의 거대함은 인간의 계산 능력을 뛰어넘는다. 뇌를 이해하려면 인공지능(AI) 기술이 절실하다. 뇌를 들여다보는 첨단기술과 AI를 결합해 뇌의 연결성과 활성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작업이 ‘뇌지도’ 또는 ‘뇌 신경회로망’이다.

세계를 선도하던 나라들은 모두 인재와 정보의 허브 역할을 했다. 이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은 뇌지도와 같은 뇌정보 허브, 뇌연구 플랫폼을 만들어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하고 있다.

가장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는 뇌연구 플랫폼을 만들면 최첨단 연구 인력이 모일 것이다. 뇌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방법으로 인간의 뇌와 더 비슷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뇌연구를 통해 나오는 정보의 가치를 간파하고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국가 단위에서는 뇌 관련 정보를 모아 공공 데이터베이스 허브를 만들고, 거대 기업들은 뇌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뇌연구는 뇌연구 기본계획이 시작된 1998년부터 발전해 왔다. 그러나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할 만한 기업은 많지 않다. 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초과학 성과가 있어도 제품이 돼 생활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학문의 영역에만 머무를 수 있다.

정부는 뇌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되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 기초 연구는 발전하고 기업이 없는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은 좋은 연구자를 우리 돈으로 훈련시킨 뒤 해외에 취업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기업이 활성화되면 외국의 좋은 연구자가 몰려들고 뇌 관련 첨단 제품이 사회와 문화를 바꿀뿐더러 더 근원적인 기초 연구를 할 여유도 만들어줄 것이다.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뇌 연구를 적극 지원하되 우리 역량이 미래를 주도하는 힘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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