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환자 안전사고의 상당수는 노인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에서 일어납니다. 지난해부터 전담인력을 배정토록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비용을 아끼려다 의료의 질만 떨어뜨리는 게 아닐까 우려됩니다.”
국내 한 요양병원 원장은 2016년부터 시행한 환자안전법이 오히려 환자안전을 해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의료사고를 줄이고 환자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환자안전법이 시행되면서 200병상이 넘는 의료기관은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병상 규모별로 의사, 간호사 등 환자안전 전담인력 1~2명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법에 따라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절반에 불과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위원회를 설치했고 종합병원 설치율도 91%에 이르지만 일반병원은 40.1%, 요양병원은 20%에 그쳤다.
요양병원은 정부의 차별행정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안전 전담인력을 채용하려면 한 해 4000만~5000만원 정도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로 든다. 보건복지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환자안전관리료를 지급하고 있다. 병원, 종합병원, 대형병원은 모두 지원 대상에 포함됐지만 요양병원만 제외됐다.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복지부의 이 같은 결정은 급증하는 요양병원 병상과도 무관치 않다. 2008년 7만6000병상이었던 요양병원 병상 수는 지난해 28만 병상을 넘어섰다. 요양병원이 돈 되는 장사로 인식되면서 의료인력을 제대로 채용하지 않고 운영하는 요양병원도 우후죽순처럼 늘었다고 복지부는 판단한다.
하지만 모든 요양병원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질 낮은 요양병원에 대한 차별행정이 양질의 요양병원 운영 의욕만 꺾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요양병원 하향 평준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기존 진료비로 빠듯하게 운영해온 요양병원은 추가 안전 인력을 배치하기 위해 다른 곳의 인력을 줄여야 한다”며 “결국 피해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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