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보름간 변동폭이 10%에 달하는 등 최근 널을 뛰는 모습을 보였다. 20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국제 유가의 하방경직성이 높고, 올해 배럴당 50달러(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를 하회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인도분 WTI는 16일(현지시간) 배럴당 61.34달러로 장을 마쳐 연이틀 60달러대를 지켰다. 지난달 29일 66달러대로 뛰었던 WTI는 위험자산 선호심리 약화와 공급과잉 우려가 겹치며 지난 9일 59달러 대로 밀려났다. 19일은 미국의 연방공휴일인 대통령의 날(프레지던트 데이)인 관계로 거래 정보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급락을 이끈 위험자산 선호심리 위축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 등에 비춰 현 시점에서 유가의 하방 경직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변동성을 촉발한 달러 반등, 위험자산 선호심리 위축 등의 요인은 일시적인 요인"이라며 "미국의 증산 우려로 상승 탄력이 저하될 수 있으나 각종 투입 단가 상승과 금융 비용 증가 부담으로 증산 속도가 가속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국제 유가 전망치로 배럴당 50~65달러를 제시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미국 원유 생산량이 일당 1000만 배럴을 넘어서면서 전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석유 수요 증가 및 석유수출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 감산이 이를 흡수할 전망이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50달러를 하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OPEC 내부에서 온건파에 속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기업공개에 앞서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도 국제 유가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의 실질적인 리더인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이 지난주 원유 시장에 대해 확실한 수급 균형을 위해 '공급 부족(overbalance the market)'까지 용인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했다"며 "단기적으로 유가의 하방경직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서 연구원은 전했다. 과거에는 WTI가 배럴당 50달러를 하회했던 시기에 원유 수출 감소 계획을 발표, 유가를 부양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출 감소 계획을 밝혔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3월 산유량을 2월 대비 10만 b/d(1일당 배럴) 추가로 감산하겠다고 발표,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치와 시기를 포함해 감산 계획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 유가의 상승 여력 역시 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가 이미 미국산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섰기 때문에 추가적인 유가 상승은 원유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등이 올해 상단을 70달러 수준으로 제시한 상태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OPEC의 감산 연장에도 불구하고 세계 전체 원유공급량은 미국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3월 말까지 국제 유가는 60달러~65달러 구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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