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하고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지난해 4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래 311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22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안종범 전 수석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 직무를 유기했다는 핵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안 전 수석과 최씨가 관여됐다는 보도가 2016년 7월부터 이어졌는데도, 진상을 파악하거나 안 전 수석에 대해 감찰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안 전 수석의 요청에 따라 재단 설립에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면서도 최씨의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그마저도 '확인된 게 없다'는 내용의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며 "안 전 수석 등의 적극적인 은폐 활동에 가담해 국가 혼란을 더욱 악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2016년 7월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개인 비위를 감찰하려 하자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민정실이 특별감찰관실을 감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내비치거나 우 전 수석의 주거지에 현장조사 나간 파견 경찰관을 경찰 조직이 감찰하게 하는 등 노골적으로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민정실의 지위와 위세를 이용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CJ E&M이 고발 대상 요건에 미달함에도 공정위 관계자들을 시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게 직권을 남용한 혐의, 201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으로 나가지 않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2016년 상반기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체부 공무원 7명을 좌천성 인사 조처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문체부 내 파벌 문제나 인사 특혜 의혹이 있었던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대한체육회와 전국 28개 스포츠클럽에 실태 점검 준비를 하게 한 것 역시 민정실의 업무 범위로 볼 수 있다며 무죄 판단했다.
아울러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나가 검찰의 세월호 참사 관련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는 특위가 활동 종료 후 고발한 만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았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1월 9일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의 금융계 인사 관련 증인신문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혐의 역시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가 적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을 마친 뒤 "피고인이 재단 설립 의혹 관련자들의 비위를 충분히 파악했거나 적어도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적절한 진상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오히려 청와대 대응방안 마련에 가담했다"며 "이로 인해 최서원(최순실)에서 불거진 국가적 혼란에 일조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 뒤에도 국회에 불출석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 여망을 외면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관련자들의 진술을 왜곡해서 주장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 전 수석은 20여분간 이어진 선고를 별다른 표정 변화없이 듣다가 유죄 판단이 이어지자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 재판장이 양형 이유를 설명할 때는 얼굴이 상기됐다.
우 전 수석 측은 선고 직후 "판결문을 보고 검토한 뒤 항소이유를 개진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재판과 별도로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하고,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의 운용 상황을 보고받은 혐의 등으로 추가 구속기소 돼 재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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