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사태 뒷짐지다 이제야 수습 나선 청와대

입력 2018-02-22 17:42   수정 2018-02-23 05:29

현장에서

철수설 나돈 4개월간 미적
고용 위기 지역 등 대책도
관련 부처들은 "금시초문"
23일 고위 당·정·청 연다지만…

김일규 경제부 기자



[ 김일규 기자 ]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설이 전면에 떠오른 건 작년 10월이다.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비토권’(한국GM 자산매각 거부권) 시효가 만료되면서 지난 4년간 3조원의 누적적자를 낸 한국GM이 사업을 접어도 막을 방법이 없어지면서다.

지난달 초엔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나 어려운 경영 상황을 전달하고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이 없으면 철수하겠다는 뜻이었다.

기획재정부, 산업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무적 판단을 내려줘야 하는 청와대는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는 사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GM이 지난 13일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공장폐쇄 결정 사실을) 발표 전날(12일)에 알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했지만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군산을 중심으로 민심이 들끓자 ‘사후 보고’만 받던 청와대가 뒤늦게 부랴부랴 나섰다. 한국GM 철수설이 전면 부상한 지 4개월, 실제 철수 움직임이 나타난 지 2개월 만에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이마저도 엉성하다는 비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는 군산을 ‘고용위기지역’과 ‘신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했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산업부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사전 조율이 제대로 안 됐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23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한국GM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시간만 낭비했다”며 “점점 GM에 끌려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은 타이밍이 핵심이다. 타이밍을 놓쳤다가 수조원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했던 조선·해운업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청와대가 지금부터라도 한 템포 빠른 타이밍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가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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