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설문조사 전성시대

입력 2018-02-22 18:32  

그야말로 설문조사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설문조사가 빈번히 수행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설문조사 수행의 편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높은 스마트폰 사용률과 다양한 온라인 설문조사 솔루션 등은 불특정 다수에게서 손쉽게 설문 내용을 취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 설문조사 비용 또한 크게 절감됐다. 이런 일련의 변화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많은 설문조사 결과를 마주치게 됐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능력은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듯하다.

먼저 설문조사 결과는 조사 시점과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설문 문항의 순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피터 다이아몬드 미 MIT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를 한 바 있다. 그는 세계적인 보호종인 바다표범과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를 지급할 의사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순서를 바꿔 해봤다. 바다표범과 고래 순서로 물었을 때는 각각 142달러, 195달러로 집계됐다. 그런데 순서를 반대로 했을 때는 고래 172달러, 바다표범 85달러로 집계됐다. 질문 순서만 바꿨는데도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비슷한 질문을 연이어 했을 때와 각각을 개별적으로 물었을 때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북한산, 관악산, 계룡산 국립공원을 보존하기 위해 얼마의 비용을 투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꺼번에 설문했을 때와 세 국립공원을 각각 따로 물었을 때의 결과는 상이하게 도출된다. 세 국립공원 모두의 보존 가치를 묻는 말엔 상대적으로 세 곳을 개별적으로 물었을 때에 비해 비슷한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세 국립공원을 한꺼번에 물어보는 질문엔 국립공원이라는 일반적인 대상이 내포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답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립공원별로 설문조사할 경우 당연히 각각 국립공원의 특수성을 최대한 고려해 답변한다.

설문조사 시 ‘사회적 선망 편향’ 또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선망 편향은 응답자 스스로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답을 선택하는 경향을 말한다. 친환경 제품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마주하게 되면 대부분 친환경 제품에 높은 선호도와 중요성을 표시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실생활 속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는 친환경 제품인지 면밀히 확인하고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문조사 결과는 다른 사람의 선호도를 단순히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설문조사 결과 때문에 본인의 선호도마저 바뀌기도 한다. 설문조사 전성시대에 설문조사 내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식견은 우리가 갖춰야 할 필수교양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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