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강 해친다 볼 수 없고 군형법으로 처벌은 위헌"
수사받은 군 성소수자 22명 "계급질서 군상황 고려않은 판결"
[ 장현주 기자 ] 군대 내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육군 장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군 인권이 한 걸음 진전됐다는 주장과 군대 내부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22일 군인권센터는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양상윤 판사가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육군 예비역 중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다른 부대 장교 1명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혐의로 지난해 6월 군검찰에 기소돼 수사를 받았고 같은 달 만기 전역해 민간 법원으로 사건이 이첩됐다. 인권센터는 “재판부는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없고 군의 기강을 해친다고 볼 수도 없어 이 법을 동성 간 군인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군형법 제92조의 6 조항에 따르면 ‘군인 또는 준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동성 간 성행위를 하다 적발된 A대위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인권센터는 1948년 국방경비대법과 해안경비대법에 계간죄가 제정된 이래 동성 군인이 합의한 성관계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센터는 A씨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모총장이 지난해 성소수자 군인 색출을 지시해 수사를 받은 22명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22명 중 7명은 군사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인원은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기소 유예 또는 불기소 처분을 받아 사견이 종결된 상황이다.
인권센터는 논평을 통해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은 악법이 어떻게 차별과 혐오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지 가감없이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도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 “이번 무죄 판결은 피해자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며 사법정의를 세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70년 만의 판결을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군 기강과 자발성 판단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지적이다.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계급 질서가 있는 군대라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등한 관계가 아닌 상황에서 위협, 협박과 자발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 기강을 고려해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에서 군 영내 성적인 행위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입법정책”이라며 “성병 증가 등 보건 문제도 군형법 제92조의 6 조항이 유지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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