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귀농·낚시·워라밸…게임을 보면 시대가 보인다

입력 2018-02-23 10:27   수정 2018-02-23 13:24

듀랑고 인기 비결? 워라밸·덕업일치 '대리만족'
에그리테인먼트·요리 등 현실 취미가 게임에선 생업
낚시 열풍·BTS, 예능 넘어 게임 속으로




#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상정씨(가명·32)는 오래전부터 귀농의 꿈을 키워왔다. 최근 이씨는 회사를 관두지 않고 농촌의 삶을 만끽하는 중이다. 소원을 이룬 곳은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이다. 이씨는 곡식과 채소 과일은 물론 다양한 약재료와 꽃 등을 가꾸며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이씨는 "작은 텃밭에서 시작해 농부로 활동하며 이웃 이용자들과 함께 농사짓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 직장인 이준호씨(가명·29)는 최근 잇따라 들려오는 낚시게임 출시 소식이 반갑다. 이씨는 요즘 채널A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를 즐겨보며 낚시에 푹 빠져있다. TV에서처럼 훌쩍 바다 낚시를 떠날 수 없지만 일상에서 틈틈히 낚시게임을 즐기며 대리만족할 생각이다.

인기 게임이나 신작 게임은 시대상과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다.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게임 시장은 역동적으로 살아숨쉬며 그 시대를 반영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콘텐츠 산업 중에서도 특히 유행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게 트렌드를 흡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게임은 보기만 하는 TV 방송과 달리 게임 속 주인공이 돼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트렌드의 '대리만족'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듀랑고, 일·생계에 대한 판타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게임 듀랑고만 봐도 그렇다. 공룡시대에 생존하는 게 무슨 재미이길래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일까.

듀랑고가 인기를 얻는 데는 팍팍한 삶에 지친 현 시대 사람들의 휴식과 일탈에 대한 갈증 충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돈만 있다면 낯선 곳으로 떠나 큰 경쟁 없이 살고 싶은 월급쟁이들의 이상향이 게임 속에 담겨있다.

듀랑고에서도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집중적으로 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게 현실과 다른 점이다. 음식 만들기가 취미라면 요리를, 농사나 화초 가꾸기가 좋다면 농사만 지어도 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 '워라밸', 취미에 맞는 직업을 갖는 '덕업일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트렌드에 부합한다.



실제로 듀랑고에서 생존 기술로 나오는 농사, 요리, 의류 제작, 목공 등은 현실에서 취미활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농작물을 키우며 마음의 휴식을 얻는 '에그리테인먼트(농업+오락)'가 인기다. 국내 30대 이하 귀농 가구 '청년 농부'의 수도 증가 추세다.

넥슨 관계자는 "공룡과 함께 생존하는 독특한 콘셉트뿐 아니라 스스로 제작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아이템과 자신만의 사유지를 꾸며나가는 즐거움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낚시·BTS 등 대중문화 키워드 '쏙'

최근 국민 취미활동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낚시도 게임 속으로 들어온다. 그동안 일부 중장년층의 향유물로 여겨졌던 낚시는 최근 전파를 타고 다양한 세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tvN '삼시세끼'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낚시를 집중조명하면서다.



게임 업계는 바통을 이어받아 '엄지 어부'들을 공략한다. 넷마블게임즈는 다음달 중 모바일 낚시게임 '피싱스트라이크'를 출시한다. 물고기를 수집하는 낚시 본연의 재미에 낚시꾼의 성장과 물고기와의 전투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한 게 특징이다. 전세계 유명 낚시 지역과 서식 어종도 고품질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게임빌은 2012년 출시돼 전세계에서 인기를 끈 낚시게임 '피싱마스터'의 후속작 '피싱마스터2'를 자체 개발해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낚시게임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는 장르였다"며 "최근 낚시 열풍에 힘입어 올해 출시될 새 낚시게임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게임을 보면 현재 가장 영향력있는 지적재산권(IP)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인 게임 업계는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넷마블은 올 상반기 중 BTS 콘텐츠와 게임을 결합한 모바일게임 'BTS월드'를 출시한다. 이용자가 BTS 멤버들을 육성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BTS의 음악과 화보, 드라마 등이 게임에서 독점 공개된다.

앞서 지난달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달콤소프트는 리듬게임 '슈퍼스타 BTS'를 선보이기도 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게임과 다른 대중 콘텐츠 간 교집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게임을 결합해 BTS월드와 같은 신(新)장르를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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