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정치부 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키로 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수차례 무력 도발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정부는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2일 국회에 출석해 “천안함 도발과 관련해서는 2010년 국회에서 구체적인 사람의 책임 소재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장관이 언급한 ‘국회 답변’은 2010년 11월24일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한 내용인데요. 통일부는 23일 배포한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 관련 설명자료’에서도 김 전 장관의 발언을 토대로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국회 회의록에 남아 있는 김 전 장관의 발언을 보면 조 장관과 통일부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문제의 2010년 11월24일은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킨 다음날이었는데요. 당연히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책이 회의 안건이었죠.
회의록을 보겠습니다. 김학송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김 전 장관에게 “천안함 폭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던 김격식이나 김영철, 이 사람이 이번에 주범으로 이렇게 지목이 됐는데, 맞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그건 좀 더 저희가 정보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고 답했습니다.
자, 김 전 의원은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단정한 상태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도 김영철이 주도한 것이냐고 물었죠.
그런데 김 전 장관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정보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이 발언은 문맥상 천안함 폭침이 아니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정보를 더 확인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김 전 의원은 이후 김영철을 한번 더 언급했는데요. 그는 “지난번 천안함 사태 때도 김격식하고 김영철이 주도를 했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면 연평에 대한 포격도 이 사람들이 주도를 했겠죠”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뭐 그렇게 지금 판단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김 전 의원은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전제하고, 연평도 포격 도발도 김영철이 주도한 것이냐고 물었죠. 김 전 장관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이 발언엔 주어도 목적어도 없습니다. 하지만 문맥 상으로는 역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김영철을 주범으로 보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회의록을 보니 김 전 장관이 김영철을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김영철이 주범이 아니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김 전 장관은 그저 천안함 폭침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연평도 포격 도발의 주범이 김영철일 것이라는 판단을 밝힌 것이죠.
설령 김영철이 정말로 천안함 폭침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해 보죠. 그러나 김영철이 북한 군과 당의 고위직을 두루 지냈고, 그 사이 북한이 수없이 많은 무력 도발을 감행해 우리 군과 국민이 희생됐다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천안함 폭침을 빼놓고도 말입니다. 천안함 폭침을 김영철이 주도하지 않았으니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 설명에 그저 고개를 끄덕여야 할까요.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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