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도 더 된 미투 캠페인이 왜 지금, 이렇게 폭발력을 갖게 된 것일까.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도화선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을 확산시킨 원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바라트 아난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의 책 《콘텐츠의 미래》에서 개별적인 사건보다 사용자들의 행동을 잇는 연결고리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툴루즈고등연구소에서 디지털 행동주의를 연구하는 젠 쉬라디에는 “#미투 운동의 열기는 시민평등권 운동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조직적이며, 온라인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평가했다.
해시태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정 핵심어 앞에 붙이는 해시태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손쉽게 식별·검색하도록 해준다. 총기규제(#MeNext), 루게릭병 인식 제고(#IceBucketChallenge), 흑인인권(#BlackLivesMatter) 등 많은 운동도 하나의 트렌디한 해시태그에서 탄생했다.
#미투 운동이 더욱 폭발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소셜미디어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핵심 가치 ‘공정(fairness)’의 문제와 부합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은 인터넷 세대로서 기술혁신이 곳곳에서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자랐다. 음원공유사이트 냅스터가 ‘골리앗’ 브랜드 소니뮤직을 넘어뜨린 것을 경험한 세대다. 이들에게 민주화는 정치권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마케팅 전문가 제프 프롬은 “불공정한 계약이 있다면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밀레니얼 세대”라고 정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화된 양극화와 스마트폰 확산이 맞물리면서 불공정함에 대한 반감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 표출되기 시작했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아랍의 봄’ 시위부터 지난해 ‘여성행진’ 동성혼 합법화 시위 모두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문제 인식이 물리적 공간으로 이어진 경우다.
#미투 운동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 각 산업과 권력의 정점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수많은 이름 없는 희생자를 대신해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여성의 3분의 1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당한 것을 폭로하는 것만으로 다음 희생자를 없앨 수는 없다. 사회문화적 현상이 사회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결책이 있는 길로 가야 한다.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 2017’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승진, 급여, 교육기회, 육아휴직 등 일하는 여성의 근로환경이 최하위로 평가됐다. 남성 권위주의 문화와 여성이 동등한 급여를 받지 않는 현실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 켜켜이 쌓인 불공정한 문제를 고쳐 나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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