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 회의 등서 언급 자제
야당 "이중적·위선적 태도" 비판
[ 김기만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진영 문화계 인사인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출가, 오태석 극작가 등의 성추행 의혹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에는 성 평등 정책조정회의를 여는 등 즉각 대응했지만, 문화계에서 ‘친정부 인사’가 연루된 폭로가 나오자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투(Me Too)’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국회 대표연설에까지 백장미를 들고나와 성추행·성희롱을 당한 여성들의 안식처임을 자처했지만, 민주당 각 시당의 말단 조직까지 성희롱이 난무한다”며 “진보좌파 세력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몰락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실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연출가 등을 언급하며 “이런 자들이 저지른 더러운 성폭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냐”며 “대통령과 운동권 좌파, 시민단체, 여성단체의 침묵은 이들이 얼마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특히 “이 연출가는 문 대통령과 경남고 동창이자 2012년 대선후보 찬조 연설에도 나섰다”며 “성 적폐 만행에 기이한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통령은 답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화계에서 불거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공식 회의 석상에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중앙당 차원에서 손한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청년분과위원장의 성희롱 전적 및 부산시당 당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윤리위 소집에 나서는 정도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법무부와 검찰 내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하며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 근절에 대해 이번 기회에 끝을 본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화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의 언급이 없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성 평등’을 주제로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성폭력 근절과 올바른 성 인식 정립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또 회의 참석자들은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현하는 백장미를 가슴에 달고, ‘#Me Too, 응원합니다’라는 손팻말과 함께 응원 구호를 외쳤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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