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도 역효과 외면 '밀어붙이기'
기업에 대한 편견 깨야 좋은 일자리 늘 것
정부가 청년 실업 문제를 풀기 위해 또다시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악화되는 고용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 편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예산·세제·금융 등 여러 정책 수단을 동원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초인데 벌써 추경이 거론되는 것은 고용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일자리 추경’으로 11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청년 실업은 악화일로다. 여기에 한국GM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대규모 고용 충격까지 예고돼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세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과연 지속 가능한 대책인지 의문이다.
성장 고용 등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의 근간인 자유시장경제 원칙과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치가 절실하다. 또 한편으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재정을 풀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모르겠지만 세금으로 계속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밀어붙였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대표적이다. 16.4%나 오른 올해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생, 대학 청소부, 아파트 경비원 등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주물·단조 등 ‘뿌리산업’은 원·부자재 가격인상까지 겹쳐 존폐기로에 서 있다.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이 흔들릴 정도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도 인천공항공사에서 보듯 ‘노노(勞勞)갈등’을 비롯, 온갖 후유증을 낳고 있다.
그 와중에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중소기업은 지금도 27만 명의 인력이 부족한데 근로시간이 줄면 추가로 44만 명이 더 필요하다. 복지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만들자는 정책이 거꾸로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일자리가 마련된 대한민국’과 ‘성장동력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공약을 실현하려면 정부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따져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서 벗어나 기업을 보호와 육성의 대상으로 볼 때 양질의 일자리는 생겨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이런 인식 전환을 통해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 장기적인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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