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들, 정부에 “김영철 방남 철회” 요구

입력 2018-02-24 14:15   수정 2018-02-24 14:19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 열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재발방지 약속 선행돼야
나라 위해 희생한 46 용사 명예 지켜줘야”
정치권, 보수단체 측 동참 요청 거절…“독립적으로 활동”




천안함 유족들이 24일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대남도발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천안함46용사유족회와 천안함예비역전우회, 천안함 재단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영철 방한에 대한 천안함 46용사 유가족과 생존 장병의 입장’을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고(故)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인 이성우 천안함46용사유족회 회장(57·가운데)은 “대승적 차원에서 (김영철의 방남을) 이해하기 전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가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46용사의 명예를 지켜줘야 하는데 어떻게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김영철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대한민국 땅을 밟게 할 수 있나”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확실한 입장을 국민 앞에 표명해 남남갈등의 소지를 없애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김영철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인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김영철의 방남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설명자료까지 발표하며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고 특정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알렸다.

이성우 회장은 “오늘 모임에 전사자 32명의 가족들과 생존장병들이 모였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늘에 있을 천안함 전사자들의 명예를 지킬 수 없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또 “여러 정당들과 보수단체들이 오늘 기자회견에 함께 동참하겠다고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우린 천안함 용사들을 위해 모였을 뿐, 다른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이날 회견 후 청와대 앞까지 도보로 행진했다. 아울러 정부서울청사에 들러 통일부에 유족 측 입장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회견엔 몇몇 보수단체들이 태극기와 미국 국기를 흔들며 행사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들은 “저렇게 얌전하게 나와서 어떻게 하겠느냐”, “김영철을 갈아 죽여야 한다”, “이런다고 기사에 실릴 것 같냐 XX들”이란 폭언을 하기도 했다. 일부는 유족 일행이라 속이며 청와대로 향하는 천안함 유족들의 시위에 끼려다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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