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안태근(52·사법연수원 20기) 전 검사장이 26일 오전 9시40분께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성추행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가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지 28일 만이다.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안 전 검사장을 이날 오전 소환했다.
안 검 사장은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다. 사과를 요구했던 서 검사에 대해 2014년∼2015년 부당한 사무감사를 하고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나는 과정에 부당하게 입김을 넣었다는 의혹도 있다.
다만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을 상대로 2010년 10월 성추행 의혹 사건을 전후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또 서 검사가 2015년 8월 인사 당시 여주지청에 그대로 근무하기를 원했는데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부당한 방식으로 서 검사의 통영지청 발령을 관철했는지 등을 추궁할 받침이다.
그간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을 잡고 관련 증거를 수집해 왔다.
안 전 검사장을 출국 금지하는 한편 지난 13일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해 서 검사의 인사기록을 확보했다.
2015년 안 전 국장 휘하에서 검찰 인사 실무를 총괄하던 이모(48) 부장검사, 신모(40) 검사 등도 지난 22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소환해 당시 서 검사에 대한 부당한 인사가 있었는지를 캐물었다.
앞서 서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법무부가 2015년 8월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자신을 이례적으로 통영지청에 발령한 배경에 안 전 검사장의 보복성 인사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주지청에 남는 것으로 정해졌다가 발표가 예정보다 늦어진 끝에 통영지청 발령이 내려졌고 이 과정에 안 전 검사장이 무리하게 개입했다는 게 서 검사의 주장이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고소 기간이 지난 성추행 의혹과 달리 기소가 가능하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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