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문과도 보는데…" 수능 이과수학 '기하' 제외 논란 가열

입력 2018-02-26 16:29   수정 2018-02-26 16:45

수학 단체, 해외 사례 들어 "기하 포함" 주장
교수·교사·학부모 84% '기하 제외' 손들어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학 가형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제외하는 움직임에 수학 관련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수학 학습내용을 심화하는 해외 사례를 들어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는다”며 “수학 가형에 반드시 기하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앞선 19일 공청회를 열어 수능 출제범위 개편방안의 윤곽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올해 새로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목구조가 바뀐 국어·수학·과학탐구 수능 출제범위를 확정해야 하는데, 특히 수학이 쟁점이 됐다.

교육부가 내놓은 시안의 골자는 이과 수험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에서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통계만 출제하는 것. 현행 수학 가형 출제범위(미적분Ⅱ, 확률과통계, 기하와벡터)에서 기하와벡터가 빠진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하가 ‘진로선택과목’, 벡터는 ‘전문교과과목’으로 바뀐 데 따른 것이다. 수능은 진로선택·전문교과 같은 심화과목이 아닌 일반선택과목 위주 출제가 원칙이다.

교육부는 기하까지 출제범위에 넣으면 학습 부담이 늘고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하를 제외했다. 설문에 응한 교육청과 교수·교사·학부모들도 기하를 출제범위에서 제외하는 안에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수능 이과 수학에서 기하를 출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수학 단체들은 “이공계 대학생의 수학 기초소양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싱가포르 5개국의 수학 분야 대입을 분석한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수총)는 “각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꾸준히 수학 학습 내용을 강화·심화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 진학 희망자는 대입에서 상당히 심화된 시험을 치르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수총은 “일본은 이과 대입 시험에서 기하·벡터뿐 아니라 국내 교육과정에서는 아예 제외된 복소평면·극좌표 등도 출제범위에 들어간다. 문과 시험에서도 삼각함수, 미적분을 비롯해 심화 수준 수열과 공간벡터 내용까지 선택할 수 있다”며 “우리 개정 교육과정에선 (일반선택과목에서) 삭제된 공간벡터를 일본은 문과 학생들도 평가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고교 심화학습 과정인 ‘AP 코스’의 경우 모수함수, 극형식함수, 벡터함수, 다항식 근사 등 기하 과목 기반으로 출제하며 영국도 최근 대입 시험(A레벨)을 개정해 기하를 포함한 필수응시 영역을 강화했다고 수총은 설명했다.

수총은 이를 근거로 “수험생 모두가 배워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이공계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기하 과목을 배우고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기하는 수학 가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것이 미래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결정”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교육과정 변화를 감안하면 수학 가형의 기하 제외는 당연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교육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개정 교육과정에서 대부분 학생이 배우지도 않을 교과목(진로선택과목)을 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하를 출제한다면 수학을 모두 선택과목으로 풀어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5개 중 3개를 택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사걱세는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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