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등 분석해 스트레스 수치화
[ 박근태 기자 ]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인인 가나이 노리시게가 지난해 12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했다. 일본 우주인이 ISS에 머무는 건 이번이 일곱 번째다. 지난 16일에는 ISS 선체 바깥으로 나와 고장 난 로봇팔을 고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유인 우주인 사업을 일회성으로 끝낸 한국과 달리 꾸준히 우주인을 배출하는 일본은 대규모 유인 우주 탐사 시대를 겨냥해 장시간 우주에 머물 때 사람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내는 연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JAXA는 최근 쓰쿠바 우주센터에 설치한 ‘폐쇄환경적응훈련시설’에서 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밀폐 환경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JAXA는 우주에 장기 체류하는 우주인이 겪을 심리와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좀 더 편리한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2015년 완공된 이 훈련시설은 폐쇄 환경에서 인체 변화를 연구하는 핵심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이 연구에는 일본의 대표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가 참여하고 있다. 시세이도는 2016년부터 이뤄진 총 다섯 차례 실험 중 세 번을 참가했다.
연구진은 2주간 훈련시설에 머무는 공모를 거쳐 뽑은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아침·점심·오후·저녁 등 모두 네 차례 침 성분을 채취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은 평상시 아침에 잠에서 깰 때 늘었다가 밤에 줄어드는 변화를 보인다. 하지만 실험 참가자들은 훈련시설에 들어간 직후부터 시설을 나서기 전날까지 평소와는 다른 경향을 보였다. 낮이나 오후에 코르티솔양이 평소보다 늘어나면서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코르티솔양은 훈련시설에서 나오면서 정상으로 돌아갔다.
연구진은 폐쇄 환경에 머물면서 쌓이는 스트레스에 따른 표정 변화도 알아봤다. 시세이도는 사람 눈으로 주관적으로 판단하던 표정을 카메라로 인식해 숫자로 표현하고 인상을 기록하는 분석 소프트웨어 ‘미소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일본항공(JAL) 승무원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성능을 입증했다. 참가자들의 표정을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가 올라갈수록 얼굴의 좌우 대칭이 깨지는 등 표정에서 왜곡이 나타났다.
JAXA는 침 속 코르티솔과 표정을 우주인의 스트레스를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우주 같은 극한 환경뿐 아니라 평상시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도구로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JAXA는 ISS에 4~6개월간 머무는 자국 우주인을 위한 스트레스 완화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는 3월2일 도쿄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우주탐사포럼(ISEF2)’에서 발표된다.
JAXA와 시세이도의 공동 연구는 처음이 아니다. 1998년에는 ISS에서 핀 장미꽃 향기를 지상에서 합성해 우주인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 2009년에는 ISS에 설치한 일본 실험 모듈인 키보(희망이란 뜻의 일본말)에서 화장 교육을, 2010~2011년에는 미소 중력 환경에서 고성능 나노재료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시세이도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피부 미용용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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