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맞은 '미투'… 고발 의지 막는 '3대 복병'

입력 2018-02-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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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 악의적 허위고발… 꽃뱀으로 몰기

가해자 진보인사 많아 침묵
허위고발… 무고 피해자 우려
종교계 '꽃뱀' '이단'으로 몰아



[ 성수영 기자 ] “안 그래도 그런 얘기가 나올까 봐 끝까지 고민했죠.”

과거 회사 선배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이달 초 폭로한 A씨는 최근 소위 ‘진보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가 “(미투 운동의) 타깃은 결국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이라고 한 발언을 접하고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그가 고발한 성추행 가해자도 진보 인사에 속했다. “수구세력에 흠이 잡힐 수 있다”며 가해자를 감싸는 조직 내 분위기는 지금까지도 A씨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 1월2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미투 운동이 촉발된 지 꼭 한 달이다. 문화계 학계 언론계 등 사회 전반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복병도 적잖다.

김씨처럼 미투 운동을 진영 논리로 재단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우리 편이라면 침묵하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어 피해자들의 고발 의지를 꺾는다. 실제 이번 미투 운동으로 밝혀진 가해자의 상당수가 진보 인사인데도 그동안 성폭력에 단호했던 한국작가회의, 여성단체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진보 단체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월14일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온 지 1주일만인 21일 밤에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서 검사의 폭로 당시 단 하루 만에 성명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성추문이 불거진 고은 시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악의적인 허위 고발도 미투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5일 배우 곽도원의 성추행 폭로 글이 익명으로 인터넷에 올라왔다가 한 시간 만에 삭제됐다. 곽씨 측이 “폭로 글에서 언급된 시기가 실제 활동 시기와 다르다”고 반박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이후 익명의 미투 고발에 일단 의심하고 보자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무고 피해자가 양산되면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신뢰가 상실되면서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조직과 권위를 지키기 위해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행태도 미투 운동의 걸림돌이란 평가다. 이 같은 경향은 종교계 성범죄에서 두드러진다. 성직자의 막강한 권위 때문에 피해 사실을 공개한 후 ‘꽃뱀’ ‘이단’으로 몰린 경우가 적지 않다. 23일 여성민우회 주최로 열린 미투 자유발언 행사에 나온 한 여성도 교회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하며 “목사를 두둔하거나 침묵을 강요하고 협박하는 2차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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