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메랑' 된 공격적 M&A
금융·미디어·의료기기 등
M&A로 '제국' 만들었지만
문어발식 확장에 결국 '발목'
그룹해체 수준 사업재편
전력·헬스케어도 분사 검토
[ 이설 기자 ]
‘미국 제조업의 상징’ 제너럴일렉트릭(GE)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핵심사업까지 포함한 초유의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과거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로 거대하게 성장한 GE그룹을 해체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대규모 사업 매각으로 군살을 빼고 ‘알짜’ 사업만 남겨도 GE의 기업가치가 극적으로 높아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해체까지 고려
존 플래너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6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핵심사업인 전력과 항공, 헬스케어 등을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추락하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극약처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플래너리 회장은 이날 이사회 구성원을 17명에서 12명으로 축소하고, 기존 이사 8명을 내보내는 조직 개편안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그가 “복잡성이 우리를 망친다. 더욱 단순하고 집중된 GE를 만들겠다”며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지 넉 달 만이다. 그는 1~2년 안에 200억달러(약 22조6500억원) 규모의 사업 10여 개를 매각하고 인원 감축 등을 통해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해외 전구사업 매각을 완료했으며, 20억달러에 이르는 산업용 가스 엔진 사업도 팔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엔 전력사업부문(GE파워)에서 1만2000명 감원을 발표했다.
시너지 못 낸 M&A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회사에 뿌리를 둔 GE는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사업을 하나둘씩 추가해 거대 그룹사로 성장했다.
1981년부터 20년간 GE를 진두지휘한 잭 웰치 전 회장은 미국 경제성장기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금융, 의료기기, 미디어까지 손을 뻗으며 GE를 ‘제국’으로 키웠다. 웰치의 유산을 물려받은 제프리 이멜트 전 회장은 웰치 전 회장이 벌려놓은 R&D 조직 등을 축소하고 나섰지만 역시 주가 부양 압박 속에 소프트웨어와 엔터테인먼트, 전력에너지 등 사업 투자를 늘렸다.
블룸버그통신은 “GE는 관련 경험이 적은 젊은 임원들에게 어떤 사업이든 관리할 수 있다고 가르쳐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공격적인 M&A는 이후 GE의 경영에 치명타로 돌아왔다. 웰치 전 회장이 키운 금융서비스 자회사 GE캐피털은 GE를 단기부채를 통한 실적 부양에 의존하게 했다. 알스톰의 전력부문과 원유서비스회사 베이커휴즈 매입 등 이멜트 전 회장이 단행한 대규모 M&A도 심각한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기업가치 높아지는 기적은 없어”
전문가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GE 기업가치가 즉각 회복하는 ‘기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GE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저평가되는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적절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띤다. 하지만 3대 핵심 사업인 항공, 전력, 헬스케어 부문은 이미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스티브 블랭크 스탠퍼드대 교수는 행동주의 투자펀드 트라이언이 지난해 10월 GE의 이사회 자리를 차지한 것을 우려했다.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실적에 집중한다”며 “GE 이사회는 이들과의 대리전으로 구조조정의 향방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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