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독도 문제 언급
"반인륜적 인권 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아
역사의 진실과 정의 마주해야
독도 침탈행위 부정하는 것도
제국주의 침략 반성 거부하는 것"
일본 "절대 못 받아들여" 강력 반발
한·일 관계 급속 냉각 전망
[ 김채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1절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일본의 노골적인 독도 도발에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불행한 역사일수록 그 역사를 기억하고 그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이라며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본은 인류 보편의 양심으로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3·1절 기념사에서 우리 대통령이 독도 문제를 언급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6년과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기념사에서 “아직도 일본의 일부 자치단체는 러일전쟁 당시 무력으로 독도를 강탈한 날을 기념하고 있고 역사를 그릇되게 가르치는 일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인 위안부 합의 문제와 독도 문제를 거론하며 단호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없이는 한·일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과거 3·1절 기념식이 치러진 세종문화회관 대신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만행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라 할 수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기념식을 연 것도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보인다.
한·일 관계는 지난해 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 이후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맞대응한 데 이어 일본 정부는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자료를 채운 전시관을 도쿄에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를 함께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고통을 가한 이웃 나라들과 진정으로 화해하고 평화 공존과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저는 일본에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그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답게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역사 문제와는 별개로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정부의 ‘투 트랙’ 기조를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위안부·독도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2015년 한·일 (정부 간)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했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일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측에 즉시 외교 루트를 통해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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