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화가작품·고미술품도
[ 김경갑 기자 ]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은 한국인에게 각별한 대상이었던 소의 특성을 선하면서도 우직하게 묘사했다. 그에게 소 그림은 강인한 민족정신을 고취하고 일제 강점기의 아픔에서 오는 울분을 토해내는 창(窓)이었다. 흰 소, 싸우는 소, 수레를 끄는 소 그림에서는 한민족의 고단한 정서와 역사가 색채와 형태로 배어나온다.
이중섭의 황소 그림은 물론 김환기의 반추상화, 천경자의 미인도, 고려시대 금동불감건칠보살좌상 등 수억원대 미술품이 경매에 대거 부쳐진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오는 7일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여는 봄 경매를 통해서다. 국내외 인기 화가 그림과 고미술품 등 163점이 출품되며 추정가액만도 125억원을 넘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정가 20억~30억원에 출품되는 이중섭의 ‘소’다. 2010년 6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6000만원에 낙찰된 ‘황소’ 이후 8년 만에 나오는 소 그림이다. 황소가 힘차게 땅을 내딛는 모습을 강렬한 필선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발색과 더불어 속도감이 느껴진다. 화면 왼쪽 상단에 ‘중섭’이라는 사인이 남아 있다. 서울옥션 측은 “대체적으로 머리가 화면 왼쪽으로 그려진 작품들과 달리 머리가 오른쪽을 향하고 있다”며 “벌어진 입과 솟아오른 어깨, 위로 솟아 말린 꼬리 등을 통해 투우의 모습임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작가 중 경매 최고가 기록을 보유한 김환기(1913~1974)의 작품도 세 점이 경매된다. 1957년 제작된 구상화 ‘영원의 노래’는 추정가 30억~45억원에 나와 이번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세로로 긴 화폭에 십장생 소재인 학과 달, 사슴, 구름, 산 등이 자유롭게 배치돼 있으면서도 균형감이 돋보인다.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이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1958년작 반추상화 ‘산’(8억9000만~12억원)도 나온다.
추상화가 이우환의 ‘선으로부터’(1억2000만~1억7000만원), 천경자의 ‘인도 아그라의 무희’(1억2000만~1억7000만원),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 유영국의 ‘WORK’(3억5000만~4억5000만원), 야요이 쿠사마,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출품돼 새 주인을 찾을 예정이다.
고미술품과 불교 문화재도 경매에 올려진다. 조선시대 중기 화가 연담 김명국의 산수화 ‘습득도’(拾得圖·1억~2억원), 문을 여닫을 수 있고 내부에는 삼존불이 안치된 고려 후기 금동불감, 삼베나 종이에 옻칠을 두껍게 발라 건조하는 과정을 반복해 만든 건칠보살좌상 등이 눈길을 끈다. 출품작은 오는 7일까지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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