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기 "세계적 바이오 기업 되려면 과학적 연구성과 뒷받침돼야"

입력 2018-03-01 19:57   수정 2018-03-02 09:28

'종양학 석학' 홍완기 MD앤더슨 교수


[ 한민수 기자 ] “한국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좋은 치료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폐암과 두경부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홍완기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77·사진)는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임상 과정에서 개발 중인 치료제의 안전성이나 효능을 입증하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에서도 인정해주는 과학적 연구 성과가 뒷받침돼야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미국 등 해외에서 잘 알려진 한국 바이오기업이 별로 없는 이유”라고 했다.

홍 교수는 실제 수요가 있는 치료제를 찾아 연구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들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 치료율이 낮고 부작용을 동반한다”며 “기존 항암제의 효능을 높여주거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EC-18’을 개발 중인 엔지켐생명과학의 자문위원을 3년째 맡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이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EC-18의 임상 2상 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구강점막염으로의 적응증 확대에 대한 아이디어도 냈다. 다국적 제약사와의 만남도 주선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에는 연구개발의 큰 줄기를 잡아주는 멘토나 다름없다.

엔지켐생명과학은 녹용에서 유래한 물질인 EC-18을 호중구감소증, 구강점막염, 급성방사선증후군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시행하고 있는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은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구강점막염은 두경부암 환자의 80% 이상에서 동반되는 증세다.

홍 교수는 “항암 표준치료법 과정에서 부작용이 심해지면 치료를 중단해야 하고, 이때 암세포는 계속 자라난다”며 “부작용을 줄여 치료를 이어나간다면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현재 진행 중인 두 건의 임상 2상을 내년 1분기까지 종료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공동 연구를 전제로 글로벌 기업에 EC-18을 기술수출할 방침이다.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 2상의 중간 결과는 올 3분기에 나올 예정이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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